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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11월 22일 일기 / 수박(드라마)오블완 챌린지(일기) 2024. 11. 22. 14:40
치킨 쿠폰 응모완. 오블완.
백화점 쿠폰까지는 응모 못하겠는데.
그래도 생각날 때마다 일기 써야지.
<러브 라이즈 블리딩> 정말 불안불안한 영화다. 와.. 영화 진짜 잘 만들었네. 근데 포스터에 저런 장면 영화에 안 나옴. 모임.. 영화 좋은데 뭔가 진도가 안 나간다. 각오는 했지만, 내용이 더 어둡고 잔인하고..
<수박>은 왓챠에 여름에 들어왔을 때부터 메인에 걸려 있는거 보고 바로 봤지. 그런데 11월이 된 지금까지 못 끝내고 있구나. 아니 너무 좋거든?? 근데 너무 좋아서 아껴볼려다 오히려 진도를 못 나갔어.
진짜 대사랑 캐릭터랑 다 너무너무 좋다. 주인공 모토코란 인물이 너무 마음이 간다. 사실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란 계속 사건을 일으키고 '행동'을 해야 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이 주인공은 거의 행동을 하지 않고 고여 있다. 우리와 너무 닮았다. 현실을 정말 싫어한다. 자신의 인생은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고, 영화 같은 일을 일어나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자신의 직업도 싫고, 30대 중반이 되었지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자신이 지루하다. 그런데 친한 친구는 은행에서 횡령을 해서 돈을 갖고 도망을 간다. 친구는 드라마 주인공이 할 법한 일을 저지르지만, 본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다. 되고 싶은 건 없냐는 질문에 모토코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바바가 되고 싶어요. 저도 도망치고 싶어요 부모한테서 일에서 이런 나 자신에서 저도 도망치고 싶어요."
이런 대사가 너무 좋았다. 모토코는 그런 인물이다. 저금통을 모으며 끝까지 모으는 사람. 동전을 모으다 모으다 저금통에 공간이 없어 점점 더 큰 저금통으로 옮기는 인물. 그런데 저금통을 같은 날 모으기 시작한 친구는 하나도 채우지 못하고 깨서 미술용품을 샀다. 그리고 그 친구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어서 인터뷰에서 모토코에 대해 말한다. 그 친구는 아직도 저금통에 동전을 모으고 있다고, 세상에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이 인터뷰를 보게 된 모토코는 그대로 저금통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오늘 이 저금통을 깨고 돈을 다 쓰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모토코는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사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없다. 이게 너무 공감되었다. 나도 그렇거든. 돈을 정말 못쓴다. 나는 여행도 별로 안 가고 싶고, 사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딱히 없다. 다들 돈을 펑펑 쓰고 살고 싶다고 말할 때마다 정말이지 공감이 안 된다. 그래서 내가 <사하맨션>에서 "어쨌든 후회하지 않았길. 세상에는 단 한 걸음도 스스로 내딛지 못하고 끝나는 인생들이 더 많으니까."라는 문장에 마음이 갔나보다. 나도 모토코처럼 도망치고 싶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마음이 자주 들었다. 한 걸음도 스스로 내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을 때가 있다. 주인공에게 마음이 너무 가서 아주아주 과몰입해서 보고 있다.
재미있는 대사가 또 있다. 남녀관계란 그 사람이 쫓아오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어느샌가 보면 내가 쫓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한다. 빙글빙글 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것이란다. 이런 대사 하나하나가 평범한 대화 속에 툭툭 튀어나오는 데 그게 사람을 콕콕 찌른다.
항상 모토코의 하숙집 주인이 아빠에게 편지를 쓰며 끝을 맺는데 편지 내용이 뭉클하게 만드는 게 있다. 뾱뾱이 터트리는데 빠져 있던 집주인은 아빠에게 어느 순간 질려 버렸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소설책에 빠졌다고 말한다. 집주인의 엄마는 과거에 집을 나갔다. 그런데 집을 나가버린 엄마도 이제는 아내 역할, 엄마 역할에 질렸던 것은 아닐까 이해하게 된다. 엄마도 푹 빠진 게 있어서 내일도 모레도 살아있고 싶어지면 좋겠다고 한다. 이런 장면들이 참 소중했다.
캐릭터들의 옷이나 머리 스타일부터 하숙집은 인테리어 하나까지 보는 재미가 가득한 드라마다. 저런 확성기는 어디서 난 거냐고. 옷 스타일도 딱 요즘 유행하는 빈티지 스타일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희진이 입을 법한 옷들. 원피스 안에 청바지 입기가 진짜 옛날에 유행이었나? 이런 패션들이 드라마에 나오니 신기하다. 요즘 레트로 감성이 유행이니 사람들이 딱 좋아할 비주얼들이다. 드라마에는 중간중간에 계속 풀벌레 소리가 나서 여름에 저절로 환상이 생길려고 한다.
오늘 본 장면에서 좋았던 것은 이것!
너무 공감되는 대사이다. 직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내가 맨날 블로그에서 말하는 <신경 끄기의 기술>에서 이렇게 말했지. 내가 선택한 문제들로 가득한 인생을 꾸리며 살아가라고. 요즘 들어 더더 공감하는 말이다. 결국엔 다 나의 선택이고, 다 나의 책임이다. 그러니까 내가 선택한 일로 인해 따라오는 문제들은 받아들여야 한다. 어차피 인생은 문제의 연속이다.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문제들로 가득한 인생을 꾸려야 한다.
지금 내가 그렇게 살고 있다. 너무너무 하고 싶었던 일에 나를 집어 던지고 그로 인해 딸려오는 문제들을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그래서 여전히 고통스럽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하고 싶은 게 있어서 고통스러운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택해서 따라오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게 내 인생을 더 충만하게 만들고 드디어 한 발자국은 뗀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고통스럽다는 것!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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