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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분석] 미나씨, 또 프사 바뀌었네요?
    드라마 후기 2024. 7. 10. 13:33

     

    요즘 시나리오 공부를 하고 있다. 그래서 드라마 분석을 해볼까 하는데, 나의 첫 드라마 분석 포스팅!

    <미나씨, 또 프사 바뀌었네요?> 원래 <직립 보행의 역사> 할려고 했는데.. 뭐 어쩌다보니.

     

    <미나씨, 또 프사 바뀌었네요?>는 왓챠 오리지널의 드라마이다. 왓챠 오리지널 <좋좋소>의 스핀오픈이다. <좋좋소>는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문제는 그 스핀오프니까 미나씨~도 별로 안 보고 싶었다. 게다가 왓챠 오리지널은 정말 별로인 경우가 많다. 진입장벽이 너무 컸다. 그런데 미나씨는 정말 잘 만들었다. 나 살면서 잘 만든 웹드라마 처음 봄. 웹드라마라서 기대 안 했는데 진짜 구성이며 내용이며 너무 좋다. 퀄리티도 좋아. 저예산인 게 보이긴 하는데, 촬영이랑 화면 구성도 너무 잘했다.

     

    한 회에 30분 정도에 7부작이라 하루만에 다 봤다. 드라마에서 잘 선택하지 않는 한 사람의 연대기를 보여주기를 택한 것이 놀랍다.  이미나라는 인물의 20살부터 29살까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좋좋소>의 스핀오프인데, 회사 배경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절대 좋아할 수 없는 소재, 남자 계속 만나고, 연애에 미친 이야기인데도 너무 재미있었다. 그런데 감동이 있고, 공감이 되고 이입이 된다.

     

    1~5화까지는 미나가 만나는 남자들이 회차마다 바뀐다. 초반에는 그냥 남자 좋아하는 캐릭터구나 하고 봤는데, 보다 보니 꽤 큰 이야기가 있었다. 홍보를 너무 잘못했다. 연애 이야기인 줄 알아서, 남미새 이야기인 줄 알아서 안 봤잖아. 연애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하이퍼 리얼리즘의 연애 이야기라 로맨스는 눈곱만큼도 없다. 결국엔 미나의 성장이야기였다.

     

     

    1화 : 사랑을 확인하는 방법

    드라마의 첫 시작은 미나의 어린 시절로 시작된다. 왜 이렇게 시작했을까 생각을 했는데 이게 큰 의미가 있었다. 엄마가 언니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미나는 카메라 앞으로 끼어든다. 막내들은 다 그러나. 나도 항상 엄마랑 아빠가 언니를 찍고 있으면 그 앞에 끼어들고는 했는데. 여기서부터 미나가 엄청나게 공감되기 시작한다. 감정이입이 바로 되고, 미나란 캐릭터가 한 번에 이해되는 장면이다. 캐릭터 설명을 너무 잘했다. 미나는 엄마의 관심이 받고 싶다. 엄마가 언니만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모든 이야기의 발단은 미나의 애착문제 때문이다. 내가 또 야매 애착박사거든. 대부분 우리의 모든 욕구는 애착에서 발현된다. 살다가 힘든 때가 오면 나는 이것은 애착 때문이다~ 5살 때 형성된 게 지금도 나를 괴롭히는 거니까, 끌려 가지 말고 나이 먹었으니까 이제 나를 내가 책임지자! 이런 생각을 한다.

     

    중요한 것은 미나는 엄마한테 사랑을 못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애착이 20살 미나를 괴롭힌다. 미나는 지방대에 합격했지만 반수를 준비한다. 그런데 또 문제가 있다. 썸남이 생기면서 반수는 물건너 간다. 이런 케이스 정말 많을 것 같다. 사실 미나가 반수에 성공할 만큼 공부를 잘 하는 것 같지도 않다. 미나는 항상 만족하지 못한다. 지방대에 온 나, 반수를 포기한 나. 미나는 엄마한테 사랑을 못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자에게서 계속 사랑받고 있음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미나의 첫 남자친구는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 하지만 이에도 만족하지 못한다.

     

    1화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미나는 선배들이 있는 술자리에서 술강요를 당한다. 그때 앞자리에 앉은 혜윤이 몰래 술을 버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나도 대학교 첫 오티에서 같은 조 친구들과 서로 술 대신 물을 따라주면서 우정을 쌓았다. 이때 사귄 대학 친구가 가장 오래가더라. 혜윤도 미나와 우정을 계속 이어간다. 그리고 미나와 연우의 썸 타는 모습은 현실 연애 그 자체이다. 로맨스 드라마는 정말 허상이다. 이 드라마는 로맨스가 없다. 연우는 좋아한단 말도 먼저 못하고 친구가 전달해준다. 그런데도 미나는 설레한다. 나의 첫 연애도 그 친구가 먼저 고백하지 않았다. 건너건너 들어서 이미 알고 있었다. 공감이 너무 되고, 현실성이 너무 좋아 보면서 계속 감탄했다. 그리고 둘의 이별도 아름답지 않다. 왜냐, 연우가 군대에 가 버린다.

     

    썸남과의 대사 중에 기억해두어야 할게 있다. 썸남인 연우는 강의실에 미나 자리를 맡아놓는다. "내가 네 자리 맡아놨어." 그리고 미나에게 말한다. "우리 수업 쨀래?" 이 두 대사는 나중에 다시 나온다. 썸 타는 사이에 충분히 할 수 있는 대사인데, 이 간단한 문장을 드라마는 아주 잘 활용한다.

     

     

    2화 : 몬말인지 몰겠어요

    제목이 참 웃기다. 이거 밈 같은데? 무슨 기사 댓글에 누가 이과 아니어도 이해 잘되게 썼다고 하는데, 누구는 몬말인지 모르겠쩌염하던거 생각남. 어쨌든, 여기서 미나는 남자면 그냥 좋아하는 구나를 느꼈다. 로맨스 드라마처럼 미나는 연우와 아름답게 혹은 가슴 아프게 이별하지 않는다. 연우는 군대에 가서 우유가 250ml에서 200ml로 줄였다는 이야기나 해대고, 둘은 점점 접점이 없어진다. 미나는 결국 연우가 군대에 있는 사이 환승연애를 한다. 이런 것까지 현실의 찌질한 연애를 너무 잘 보여준다. 사실 대학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군대갈 때는 헤어지는 게 서로에게 좋은 것 같다. 그렇게 연애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군대를 안 기다리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인 것 같다.

     

    군대간 남자친구를 버릴 만큼 미나가 좋은 남자를 만나는 것도 아니다. 허황된 이야기만 하는 영화하는 남자를 만난다. 이 남자친구는 미나보다 나이가 많지만, 말을 먼저 놓지 않는다. 나이가 많다고 말을 놓는 것은 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단다. 너무 웃겼다. 아니, 말 안 놓는 남자 나름 호감인데 "폭력적이라고 생각해." 이런 말을 입밖에 내뱉는 것이 너무 웃기다. 그런 말 하는 것도 너무 폭력적이라고 생각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나는 이런 남자도 사랑한다. 이 드라마의 미치겠는 부분은 바로 이 점이다. 많은 여자들이 자기 남자친구의 구린 부분을 사실 다 안다. 그래도 참고 만나는 거다. 그만큼 연애가 하고 싶으니까. 그러면 왜 연애가 하고 싶을까? 이 부분을 잘 기억해 두어야 한다. 미나는 왜 그렇게 연애를 계속 할까? 왜 많은 사람들은 그럴까? 최근에 누가 결혼을 앞두고 이런 말을 했다. "끼리끼리 만나는 거에요." 처음에는 이 말을 듣고 당황했지만, 생각해보니 맞다. 나도 구린 면이 있고, 남친도 구린 면이 있다. 그게 용납되는 사람들끼리 만나는 거다. 어떻게든 연애하고 싶고, 결혼하고 싶으니까 그냥 구린 면을 참고 만나는 거다. 내가 그게 안되서 연애를 못 하는 구나. 미나랑 나는 비슷한 점이 많은데 왜 나는 연애에 집착하지 않았는지 알 것 같다.

     

    다시 미나 이야기를 하면, 미나는 2번째 연애에서 나름 성장을 하고 있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맥주가 기네스라는 것을 안다. 미나는 조금씩 자신의 취향을 알아 간다. 기네스는 드라마에 반복해서 등장한다. 이 지점이 재미있다. 그리고 미나는 첫 번째 남자친구와 두 번째 남자친구를 알게 모르게 비교하게 된다. 구두를 신어서 발뒷꿈치가 까졌을 때 첫 번째 남자친구는 밴드를 붙여줬다. 그런데 지금의 남자친구는 미나가 발뒷꿈치가 까진지도 모른다. 더 별로인 남자를 만나고 있는 것이다.

     

    미나의 이별이 인상 깊었다. 미나는 남자친구에게 화를 내고 뛰쳐나온다. 그리고 계속 뒤돌아 본다. 나를 잡으러 와주기를. 하지만 남자는 잡으러 오지 않는다. 남자친구는 애초에 미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냥 예쁘고 어리고 말 잘 들으니까 좋았던 거지. 사랑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미나는 여기서도 솔직하지 못한다. 남자가 자기를 잡아주기를 기다린다.

     

    이 남자는 기네스가 아닌 가성비 맥주인 필라이트를 건넨다.

     

    3화 :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

    3화는 미나의 어린 시절로 시작된다. 이 오프닝이 너무 마음 아팠다. 엄마가 미나를 외할머니 집에 냅두고 언니만 데려간 적이 있다. 미나는 사실 이때 잠든 척을 했다. 그리고 엄마가 자신도 데려가기를 기다렸다. 세상에. 또 너무 공감이 되었다. 나도 어릴 때 항상 엄마를 기다렸다. 내가 원하는 바는 말하지 않으면서, 엄마가 내 맘을 알아주기를, 그래서 나를 데려오기를 기다렸다. 2화의 마지막에 남자친구가 자신을 쫓아오기를 기다리는 미나처럼.

     

    미나는 결국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엄마 집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취준을 시작한다. 대기업 간 언니는 결혼을 했고, 미나는 언니 때문에 또 맘이 상한다. 엄마는 언니만 좋아해서 언니가 미운데 언니는 아무리 봐도 잘 살고 있다. 미나의 인생만 미끄러지고 있다. 그리고 같은 취준생 남자를 만난다. 서로의 불쌍함에 끌린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진부한 멘트에 마음이 위로될 만큼 미나는 외롭고 힘들다. 이런 뻔한 멘트를 남자가 말할 때까지는 밤이었다. 그런데 남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다음 컷에는 해가 뜨고 있다. 이 부분은 대본에 뭐라고 썼을까. N에서 D로 넘어갔나. 연출 쪽에서 이렇게 하기로 택했나? 밤이었다가 갑자기 다음 컷에 새벽 하늘이 보이니 컷이 튄다. 하지만 대사에 맞는 상황이 나오니 재미있었다.

     

    취준생 남자의 대사

     

    취준생 남자와 미나가 불행한데는 여기에 있다. 대기업에 가야 된다를 인생의 목표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가치관을 더 높은 지위에 두고 있다. 요즘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읽고 있는데, 이와 같은 이야기가 있다. 현대 사회에 많은 현대인들이 불안한 이유는 지위에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좋은 회사에 취업하기,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결혼을 하기, 결혼한 상대도 사람들이 인정할 만큼 높은 지위에 있어야 한다. 바로 이런 요소에 가치를 두기 때문에 불안하고 불행한 것이다. 취준생 남자는 반복해서 미나에게 말한다. "우리 같은 애들은 대기업만이 답이라니까?", "중소 기업에서 시작하면 평생 중소기업만 돌게 된다."  취준생 남자가 이런 말도 안 되는 말을 해도, 미나는 맞는 말이라고 고개를 끄덕이고 앉아 있다. 취준생 남자의 말을 잘 들어보면 어딘가 이상하다. 스터디를 하던 중, 한 스터디원이 취업에 성공했다. 취준생남은 실의에 빠진다. 성실하지도 않고, 열심히 공부하지도 않았는데 대학 때문에 취업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학벌주의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이라도 가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회사 간판이 마지막 기회라고 말한다. 결국엔 본인도 학벌, 회사로 사람을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디테일함을 너무 잘 살렸다. 본인은 결국 본인 같은 사람들 때문에 불행한 것이다.

     

     

    4화 : 아 윌 고 아일랜드

    결국 미나는 대기업을 포기하고 중소기업에 취업을 한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인턴. 정규직이 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리고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긴다. 남자친구는 첫만남부터 미나에게 말한다. 지방대치고는 취업을 잘했다고. 이 말을 들으면 아 얘는 회사로 급 나누는 애구나를 바로 알아야 하는데. 게다가 말을 바로 놔버린다. 자기가 나이가 많으니 당연히 말을 놓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남자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나는 이 남자를 만난다. 대기업에 다니니 능력이 좋고, 미나보다 나이도 많고, 아는 것도 많은 듯 보여서 미나는 남친의 말이면 다 듣는다. 미나는 자기 생각은 없이, 남자들의 말에 자꾸 휘둘린다.

     

    이때부터 미나는 아일랜드에 가기를 꿈꾼다. 기네스 원조의 나라. 미나는 같은 인턴인 희진씨와 잘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친구가 말한다. 인턴끼리는 친구가 아니고 경쟁자라고. 심지어 희진씨는 유학을 다녀와서 영어를 잘한다. 미나에겐 영어 콤플렉스가 생긴다. 때문에 더 아일랜드 유학을 원하게 된다. 희진씨와는 거리를 두고 영어 공부에 매진한다. 남자친구는 생일선물로 영어학원 수강권을 준다. 영어 시험도 보지만, 결과는 좋지 않다. 심지어, 정규직 전환도 안 된다. 희진씨와 마지막으로 인사할 때 위의 나레이션이 나온다. 드라마를 보면서 처음으로 울컥한 부분이었다. 마음이 아팠다. 남자친구가 아니었다면 희진씨와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좋은 남자도 아니었는데, 좋은 인연 하나를 놓쳤다. 이 드라마의 좋은 점이 바로 이런 부분이었다. 미나는 우리처럼 계속 실수를 하고, 좋은 인연을 놓치기도 한다.

     

     

    5화 : 카르페디엠

    그리고 미나는 <좋좋소>에 나오는 회사에 취업한다. 이름이 무슨 정승네트워크? 장승네트워크?에 취업하고, 팍팍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회사 생활은 너무 싫고, 일에 재미도 없다. 그런데 미나의 연봉이 3천 120만원? 솔직히 조금 부러웠다. 괜찮은 거 같은데..? 어쨌든 남자를 만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주 사고를 친다. 연하남의 허풍과 과한 낭만주의에 휩쓸려 회사를 관두려고 하다가, 급하게 철회를 한다. 다이나믹한 과정을 겪고, 미나는 깊은 현타를 겪는다.

     

    드라마의 재미있는 지점은 미나 하나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미나가 만나는 남자들은 다 익숙한 사람들이다. 이 빌런같은 남자들은 미나를 괴롭게 하지만, 따지고 보면 남자들도 행복하지 못하다. 예술병에 걸린 남자는 자신의 소울을 이해해주는 여자를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만난다 해도 그 여자보다 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해서 건강한 관계를 이루기 힘들 것이다. 무엇보다 영화로 성공하는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취준생 남자는 학벌, 회사 간판에 목숨을 걸어서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 좋은 회사에 취업해도 나보다 능력 좋은 사람들과 본인을 비교하며 갉아먹을 것이다. 능력남은? 능력도 좋고, 열심히 운동해서 건강한 신체를 가졌지만 건강한 마음은 가지지 못했다. 외모, 직장, 능력 등 급을 매기고 평가를 하기 때문에 여자와 진정한 관계를 맺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카르페디엠남은 그냥 현재에 충실만 하다, 코인으로 성공하고 코인으로 망할 것이다. 결국에 인생에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계속하는 드라마이다. 때문에 미나가 만난 남자들은 너무 좋은 예이다. 가치를 이상한 곳에 두어서 행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잘 보여준다. 그러면 우리 주인공 미나는? 하고 싶은 게 뭘까? 사랑? 아일랜드 가기?

     

     

    6화 : 혼자서도 온전한

    미나는 연애는 쉬고 혼자서도 잘 지내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요가를 해도 마음의 평화는 오지 않고, 감사 일기를 써도 감사할 일이 없다. 그런데 익숙한 남자가 다시 등장한다. 1화의 첫사랑남. 혼자서도 잘 지내보려고 했던 미나는 또 남자에 휩쓸린다. 혜윤의 결혼식장에서 다시 만난 연우는 20살 그때 수업을 째자고 했던 것처럼, 결혼식을 째자고 한다. 미나는 연우와 만나기 시작한다. 힘든 날을 겪은 미나는 연우를 부른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힘든지는 말하지 않고, 말을 빙빙 돌린다. 그러다 카페 하나를 지나치며 되게 유명한 곳이라 항상 사람도 많고 웨이팅도 길다고 말한다. 그래서 미나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내 자리는 없다라고 말한다. 미나는 항상 그런 마음이었다. 어디에도 내 자리는 없다고, 가족들한테도 연애를 해도 자신의 자리는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연우는 미나를 위해 항상 자리를 잡아주는 남자친구였다. 20살 그때 강의실에 미나의 자리를 잡았던 것처럼 카페에 오픈 런을 해서 자리를 맡아 놓는다. 1화의 매력있는 대사를 6화에 다시 반복한다.

     

     

    미나는 연우에게도 솔직하지 못하다. 연우가 우리 지금 데이트하는 거냐고 물어볼 때도 괜히 모른 척한다. 연우가 미나가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미나는 재밌게 살 것 같았다고 말할 때도 그냥 웃어 넘긴다. 그리고 연우에게 아일랜드 유학을 준비 중이라고 말한다. 정말로 유학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미나는 현재의 자신의 상황이 싫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다. 언젠가는 지금 보다 나아지겠지, 아일랜드에 갈 수 있겠지 그냥 막연하게 생각만 하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이 지독하게 현실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미나처럼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언젠가는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살 것이다. 하고 싶은 것들은 다 미뤄두고.

     

     

    7화 : 이미나

    미나는 연우와 결혼을 준비한다. 오래만에 만난 둘은 많이 바뀌어 있다. 연우는 이제 축구에는 관심을 끊고 살고 결혼을 서두른다. 오래만에 다시 만났는데 미나도 결혼을 서두른다. 연우의 집에 가서 부모님께 인사를 하는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연우의 아버지는 밥이 아니라 죽을 먹고, 연우의 누나는 아버지를 보면서 울음을 터트린다. 연우는 아버지가 아파서 결혼을 서두르는 거였고, 미나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래서 결혼을 서둘렀는데 정말 결혼이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미나에게 중요한 질문을 한다. 미나는 결혼이 하고 싶은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미나가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드라마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미나는 자신의 생각은 없고 그저 남들처럼 살고 싶어한다. 하지만 미나만을 탓할 수는 없다. 주변 사람들은 결혼적령기라고 부르는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하고, 다들 미나에게 취업을 했는지, 결혼은 언제 할건지 물어보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리가 결혼을 하지 못해도 내가 못나지는 않았다고 생각해도 주위 사람들의 그런 말을 버티기는 힘든 것이다. 미나가 정상성에 걸맞는 삶을 원하는 것은 미나의 잘못이 아니다. 온 사회가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잔소리를 해대는데 개인이 어떻게 버티겠나. 바로 이것이 <불안>에서 말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많은 욕구들은 사실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결혼식장에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신부의 이미지가 너무 익숙하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많은 여자들이 이를 갈망한다. 그런데 정말 원하는 게 맞을까?

     

    항상 오프닝에는 미나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사진이 뜬다. 프로필 사진을 계속 바꾸는 미나답게 미나의 사진은 많다. <디피>의 오프닝이 생각나기도 했다. 오프닝이 드라마를 잘 설명해준다고 생각했다. 왜냐 하면, 미나는 사진찍는 것을 좋아하지만 또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6화부터 엄마는 미나에게 이름을 바꾸는 게 어떻냐고 물어본다. 언니는 비싼 돈 주고 이름을 지었는데 미나는 그러지 않아서 미나가 결혼을 못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하지만 미나는 미나여도 엄마와 언니에게 사랑을 받고, 미나는 미나로 살기로 한다. 미나는 결국엔 결혼도 직장도 그만두고 아일랜드로 떠난다. 그리고 아일랜드에서 돌아와 연우에게 말한다. 아일랜드에 가는 것도 정말 자신이 원하는 일이 아니었다, "현실을 회피하고 싶었던 거"였다고. 이 드라마의 주제는 이것이다. 나 자신으로 살면서 현실을 회피하지 말기. 드라마의 주제가 너무 좋았다. 또 시나리오 공부하면서 배운 게 있는데 미나가 아일랜드에서 돌아와서 연우와 대화하는 장면이 아마 이 드라마의 클라이맥스일 것이다. 주제가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드라마의 결말도 좋았다. 애착문제를 겪던 미나는 어린 시절 자신의 손을 마주 잡아준다. 엄마를 기다리며 손을 뻗던 어린 자신의 손을 다 큰 자신이 잡는 것은 상징적으로 성장을 의미한다. 애착은 5살 이전에 형성이 되어 평생을 괴롭힌다. 하지만 결국 지금의 나는 내가 책임져야 한다. 5살 이전의 일 때문에 엄마를 탓하고 싶은 마음이 지금의 나를 괴롭힐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때의 엄마보다도 나이가 많고, 아직도 과거에 살기보다는 현실을 사는 것이 좋다. 이 드라마 작가님들은 애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 같다. 사람을 잘 관찰해서 설득력 있게 캐릭터를 잘 만들었다. 작가가 하면 좋을 공부가 심리학 공부라는데. 공부를 하셨거나 인물 이해도가 높은 작가들인 것 같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에서는 예술이 더 나은 사람이 되게 만들어 준다고 말한다. 이 드라마는 우리와 너무 닮은 미나를 통해 우리에게 더 나은 사람이 되자고 말하고 있다. 인생의 가치를 지위에 두지 말자. 현실을 회피하지 말고 나 자신으로 살아가자. 이런 주제가 너무 좋았고, 또 너무 잘 전달되었다. 사실 드라마는 말도 안되게 특이한 캐릭터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사건들을 겪는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어디에서나 보았던 캐릭터들이 나와 똑같은 실수와 고민을 한다. 그리고 드라마틱한 결말이 나지도 않는다. 그래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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