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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혹한 인턴> : 5~12화 드라마 후기
    드라마 후기 2023. 9. 25. 16:12

    드디어 마지막화까지 다 봤다. 정말 잘 만든 드라마라고 생각된다. 마지막까지 구성이 아주 촘촘하다~ 그 와중에 코미디와 조연캐릭터들 이야기까지 다채롭다. 라미란 배우가 연기도 잘하고 춤도 잘 춰서 드라마를 더 재미있게 만들었다.

     

    요즘 드라마는 사랑에 빠지는 것을 스마트워치로 보여준다. 물론 예전에도 <최고의 사랑>이라는 드라마에서 심박수가 자주 등장하기는 했지만.. 중요한 건 이 캐릭터는 MZ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 세대는 스마트워치를 필수품처럼 가지고 있고(나는 없음) 자신만의 취미를 가지고 싶어 한다.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지 탐구하는데 많은 시간과 돈을 쓴다. 이 캐릭터는 미라클 모닝도 시도해 보고 바이크도 사서 타보려고 하고 갓생을 살려고 하는 인물이다. 또 경리 배우가 맡은 역할은 점심도 혼자 먹고, 술자리에서도 술을 마시지 않는다. 이런 MZ세대의 직장인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SNL처럼 조롱 없이 잘 담았다. 그들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존중하는 게 드라마에 잘 나타난다. 꼰대로 보이는 기성세대의 캐릭터들도 꽤 사실적으로 잘 보여줬고 10대 친구들도 사춘기 학생 모습을 잘 보여줬다. 딱 하나 아쉬운 건 10대들이 모하삼 이런 말투를 쓰는데.. 삼으로 끝나는 말은 이제 안 쓸 것 같다. 그리고 인터넷에서나 쓰지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을 것 같다.

     

     

    워맨스 편이 있을 정도로 여성서사도 잘 다루었다. 경리는 주변 동료들과 필요이상으로 친해지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걱정이 되어 몰래 찾아오기도 하고, 같이 출장을 가서 좋은 유대감을 현성하기도 한다. 또한 이 편에서는 위 장면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워킹맘으로 일한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음을 고백한다. 미혼인 경리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경리가 말한다. 자신의 엄마도 워킹맘이었다고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리고 어차피 크면 다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엄마가 일하랴 집 돌보랴 얼마나 애쓰는지. 이 말을 듣고 김혜화 배우가 지은 표정을 보고 눈물이 났다. 김혜화 배우가 김재화 배우 자매라는 걸 이제 알았잖아. 자매가 다 연기를 너무 잘한다.

     

    드라마는 결말까지 잘 만들었다. 결국 엄지원과 라미란의 비밀계약은 모두에게 밝혀진다. 하지만 원래 이 일을 주도한 이사의 죄도 다 밝혀진다. 엄지원은 사직서를 내고 회사를 새로 차린다. 거기서는 워킹맘도 고용한다. 재미있던 것은 엄지원이 임신을 하게 된 것인데, 임산부를 짜르려다 본인이 임신을 하게 되는 이야기 구조일 것이라는 것은 예상하긴 했다. 하지만 여기서 모성이 생겨 갑자기 워킹맘들을 이해하게 되는 신파구조는 아니다. 엄지원은 낙태를 하려 하고 오히려 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과로로 인해 몸이 많이 상한 것이다. 이런 구조로 이야기가 이어져서 더 좋았다.

     

    라미란은 회사에 남아 육아휴직 제도를 보완하는 일을 한다. 그리고 갑자기 남자직원이 육아휴직을 쓴다고 말한다. 이때부터는 너무 희망적인 이야기라 사실 현실을 이렇지 않은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정웅인 배우가 등장해서 라미란이 열심히 만든 육아휴직 제도를 없앨 것처럼 군다. 하지만 이제는 직원들이 다 같이 힘을 모아 싸울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엔딩이 난다. 드라마가 현실의 벽은 더 크고 견고하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된다. 오랜만에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재미있는 드라마를 봐서 좋았다. 오피스물에 아무도 죽지 않아도 엔딩을 재미있게 잘 만들 수 있구나 공부가 되는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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