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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툴리 / 여성서사 / 어머니 / 영화관 / 스포있음
    영화 후기 2019. 6. 23. 18:09

    한국의 포스터보다 더 영화를 잘 드러내는 듯해서 이 사진으로 올린다.

     예고편부터 기대를 하고 있던 영화였다. 예고편은 야간 육아도우미가 집에 오면서 일어나는 일 정도로 보였다. 도우미인 툴리는 어딘가 특이하고 또 엄마 마를로를 잘 이해해주는 인물인 것 같았다. 어딘가 비밀스러운 툴리와 이 영화의 반전이 무엇일까 기대했다. 내가 생각했던 결말은 밝고 긍정적인 툴리가 마를로를 너무나도 잘 이해해주고 공감해줘서 결국 둘이 사랑에 빠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둘이 사랑에 빠지고 마를로는 이혼하고 독박 육아에서 벗어나는 결말일 것이라 생각했다. 영화관에 가서 본 툴리는 다른 내용이었다. 놀라운 반전은 조금 뒤에 이야기하겠다.

     

     영화는 마를로가 셋째를 임신한 만삭의 몸으로 시작한다. 마를로는 이미 두 아이 때문에 많이 지쳐있다. 무엇보다 이 영 화가 재미있었던 이유가 여기 있다. 사회가 엄마에게 바라는 긍정적인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이 아닌 아주 현실적인 엄마의 모습이다. 만삭의 몸으로 힘들어하고 또 그 몸으로 두 아이도 챙겨야 하는 고됨이 보인다. 그리고 곧 만삭이던 마를로는 아이를 낳는다. 아이를 낳는 모습 또한 아름답지 않다. 영화는 전혀 미화시키지 않고 현실 그대로 보여준다. 아이를 낳는 과정에 마를로는 너무나도 힘들어하고 아이가 나와도 행복해 보이는 모습은 아니다. 이것은 아기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힘들고 지친 것이다. 이 장면에서 영화 케빈에 대하여가 생각났다. 영화의 내용은 많이 다르지만 엄마가 아기를 낳고 지쳐 있는 모습은 케빈에 대하여에 나온 장면과 매우 닮았기 때문이다. 아기를 낳고 행복해 보이지 않는 엄마의 모습은 많이 보기 불편할 것이다. 그건 아마도 사회가 엄마에게 기대하는 것이 매우 큰 것이고 이는 엄마가 짊어진 무게가 그만큼 무겁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육아로 돌아온다. 이제는 갓난아기까지 생겼다. 남편은 퇴근하고 나면 게임만 한다. 세 아이의 육아에 지친 마를로는 결국 야간 육아도우미를 고용한다. 그리고 툴리가 집에 찾아온다. 투리가 찾아오면서 이 영화는 신비로운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툴리는 뭔가 특이하다. 마르고 예쁜 옷을 입고 말도 시원하게 하면서 웃는 툴리를 보며 마를로는 부러워한다. 이상하다고 말하지만 자신도 저렇게 예쁘던 시절이 있었는데 하면서 부러워한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마를로의 딸이 마를로의 몸을 보며 한 말이 있었다. “엄마. 몸이 왜 그래?” 마를로의 몸은 살이 찌고 여기저기 실핏줄이 터졌다.. 아이들을 낳아서 그리고 육아를 하느라 이렇게 몸이 망가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딸의 이 대사가 너무나도 슬펐다. 그리고 마를로가 육아도우미를 부를 수밖에 없던 이유는 밤에 일어나서 젖을 물리고 아기를 다시 재워야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남편도 안다. 하지만 남편은 말한다. “내가 젖이 안 나오는 걸 어떡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말 속 편하구나 싶었고 마를로가 피곤하게 일어나도 아무렇지 않게 누워서 자는 남편의 모습도 미웠다.

     

     툴리는 이상한 질문을 하였다. 마를로에게 원래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물어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질문 뒤에 또 다른 질문을 한다. “무엇이 되고 싶으세요?” 엄마에게 이러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이미 아이를 3명을 낳았고 이미 앞에서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어보았다.. 사람들은 보통 직업이 있는 사람에게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물어보지 않는다. 계속 그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마를로는 지금 일을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질문이 좋았다. 마를로를 엄마로만 보지 않는 것 같아서 좋았다. 마를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고 마를로의 힘든 상태를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툴리는 너무나도 멋졌다. 둘은 빠른 속도로 친해진다. 툴리는 밤사이에 청소도 해주고 좋은 엄마는 컵케이크를 구워 주지만 자신은 피곤해서 못한다는 마를로의 말에 컵케이크도 구워 준다. 그리고 늦은 밤에 마를로에게 놀러 가자고 말한다. 마를로는 아기를 내버려두고 어떻게 놀러 가냐고 말하지만 툴리는 집에 아빠가 있지 않냐고 물어본다. 아기의 아빠가 집에 있으니 둘은 놀러 나간다.. 오랜만에 밤에 놀러 나온 마를로는 즐거워한다.

     

     그러나 이날 밤 차를 타고 집에 오다가 결국 사고가 난다. 마를로는 병원에 입원해 아직 의식이 없고 남편은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다. 의사와 남편이 나눈 대화가 충격이었다. 남편은 아기만 내버려두고 집을 나갈 사람이 아닌데 집을 나갔다고 이상하다고 말한다. 의사는 말한다. “본인은 집에 안 계셨나요?” 이때 남편도 깨닫고 관객들도 깨달았을 것이다. 집에는 남편도 있었다. 그러나 육아는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남편은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남편은 의사가 가고 나서 입원 수속을 하면서 말한다. 마를로의 결혼 전 이름이 툴리라고 말한다. 마를로가 지금까지 보던 툴리는 자신의 어렸을 때 모습이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밤마다 툴리가 아니라 마를로가 아기를 돌보고 그 많은 일을 한 것이다. 무언가 판타지스러웠던 영화가 갑자기 현실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마를로가 눈을 뜨자 남편은 말한다. 그동안 몰라서 미안하다고 이제 같이 하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영화는 남편과 마를로가 같이 집안일을 하면서 끝이 난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계속 눈물이 났었다. 내가 생각했던 결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너무 훈훈한 결말이라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느끼는 바가 적지 않을까 걱정했다. 아직도 수많은 영화가 가족의 해체를 그려내기 힘들어하는구나 씁쓸했다. 그렇지만 판타지스럽지 않고 현실적인 영화라 오히려 공감하고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 많을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사실은 엄마랑 같이 보려고 했는데 엄마가 아파서 혼자 보게 되었다. 엄마한테 이 영화를 소개할 때 엄마랑 같이 보고 싶은 영화인데 이 영화를 보면 엄마가 집을 나갈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사실 그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엄마한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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