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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블 패밀리 / 독립영화 / 여성감독 / 다큐멘터리 / 스포있음
    영화 후기 2019. 6. 27. 15:12

     영화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영상과 내레이션, 편집 모두 좋았다. 먼저 영화를 만들기로 한 계기부터 영화 같았는데 감독은 서울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뒤쫓아 갔지만 그 사람을 놓쳤다. 그리고 전화를 했는데 없는 번호라고 떴다고 했다. 감독의 아버지였다. 가난은, 돈은 한 가족을 뿔뿔이 흩어지게 만든다. 돈이 없으니 가족들은 눈만 마주하면 싸우고 알게 모르게 서로의 탓을 하게 된다. 영화에서는 가족들끼리 서로에게 왜 말을 안 하냐고 왜 설명하지 않았냐고 많이 이야기한다. 이렇게 대화가 없는 탓에 영화의 결말에는 생각지 못한 반전이 있다. 가족들은 서로 모르게 돈을 모으거나 땅을 사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희망적인 결말이다. 엄청나게 많은 돈을 모은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가족들이 이런 이유가 많이 공감되었다. 가난하면 자주 싸우게 된다.

     

      감독의 본인 경험을 연출한 점이 좋았는데 먼저 앞의 아버지를 만난 이야기다. 지하철에서 그 사람을 놓쳤다고 감독을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지하철의 장면과 감독의 내레이션이 나온다. 그리고 지하철역에서 한 중년 남성의 얼굴을 잡는다. 그저 내레이션에 맞는 장면을 찍은 줄 알았는데 그 남성이 아버지였다. 내레이션도 바로 아버지라고 말하지 않고 얼굴을 보여 준 후 아버지라고 말해서 더 남처럼 느껴지는 연출이었다.

     

     대부분의 장면들이 서울의 모습을 그저 보여준다. 서울의 빌딩들, 분주한 사람들을 보여주며 내레이션을 한다. 하지만 이 장면 장면들이 내레이션과 맞아서 이야기를 형성한다.

     감독의 가족들은 원래 부유하였다. 아파트에서 살던 가족들은 그 아파트 단지 앞의 작은 빌라로 이사를 가게 된다. 그 집에서 1년만 살고 다시 아파트로 가려고 하였지만 현재까지 아파트로 돌아가지 못하였다. 동네를 크게 벗어난 이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당시 중학생이었던 감독은 자신이 다니던 아파트 단지의 중학교를 계속 다녔다. 부자인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자신의 현실을 부끄러워했다. 감독은 매일 넘어서는 안 되는 경계를 넘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주택과 아파트를 한 프레임에 잡은 장면이 나올 때는 슬픈 감정이 들었다. 담담한 내레이션이었지만 내레이션에 맞는 아파트와 주택가가 한 프레임에 나오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 이제는 어두운 밤하늘을 보여준다. 서울의 밤을 보여주는 장면 속에서 감독은 말한다. 어렸을 때 감독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감독이 혼자 집에 있을 때 누군가가 찾아왔다. 무서워서 집에 아무도 없는 척을 하고 있자 곧 모든 전기가 끊겼다. 어두운 집에서 부모님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던 어린아이는 이미 인생이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꼈을 것이다.

    바로 이 장면. 아파트와 주택의 경계선이 있는 듯 하다.

     영화에서는 절망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가족은 최악의 상황을 넘겼다고 생각했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계속해서 절망이 찾아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산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두가 중산층은 아니다. 자신의 집이 있어도 집을 사는데 사용한 대출금을 여전히 갚고 있고 대학에는 입학했지만 학자금 대출이 쌓인다. 지금 당장은 먹고 살 수 있지만 계속해서 절망이 찾아온다. 감독은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는 곧 이사를 가야 하고 빚은 갚아야 하고 어머니는 해고를 당하셨다. 감독의 경우가 특수한 경우일까? 감독과 같이 서울에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이야기이다. 아니 한국에서 살아가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다. 버블이란 단어를 왜 사용했을까 생각했다. 지금 경제적으로 살기 편하다면 그것은 거품 같은 것이 아닐까. 없는 사람들은 조금은 나아져도 거품처럼 금방 꺼지고 다시 절망이 찾아온다. 수많은 버블 가족들이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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