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혁명하는 여자들> - 1
    독서 일기 2019. 9. 9. 22:04

    9월 9일 독서 일기

     페미니즘을 소설로 풀어내는 거 자체를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SF라니, SF의 개념조차 모호한데 페미니즘 SF 소설이라니, 상상도 못 했다. 책의 표지를 처음 보고 책의 존재를 처음 알았을 때는 여성 과학자에 관한 이야기이겠구나, 생각을 했고 읽을 생각은 없었다. 과학에 정말 관심이 없기 때문에 SF에도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SF 소설인 것을 알고도 기대는 딱히 없었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다. 문장들이 집중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단편소설 모음집인데 모두 여성작가이다. 다 다른 작가분들이 쓴 책인데 정말 재미있다. 단편 소설 하나를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어야 한다. 하루에 몇 편, 아니면 한 편만 보기를 추천한다. 읽다가 마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또 SF 장르의 새로움을 깨달았다. 도대체 무슨 장르이지 쉽다. 그냥 판타지 소설 같은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Science가 왜 붙는지 의문이 들었다. 새로운 세계관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SF와 페미니즘이라니, 아예 다른 세계관을 짜니까 가부장제에 대해 여성의 이야기에 대해 더 다채롭고 때로는 쾌감 있고 때로는 슬픈 결말이 나온다.

     

    1. 자신을 행성으로 생각한 여자 - 반다나 싱

     이 작가는 이 제목으로 단편소설집이 또 있다. 그 책도 읽고 싶다. 단편소설을 하나씩 읽을 때마다 작가들의 이름을 도서관에 검색해 봤는데 의외로 잘 안 떴다. 이 작가는 다른 책이 잘 뜨는 작가이다. 이 단편이 책의 첫 순서로 괜찮았다. 일단 재미있고 집중하게 돼서 계속 읽고 싶게 만든다. 묘한 쾌감이 있었다. 남성 화자의 남성으로서 자신의 체면만 생각하는 것들이 무너지는 것을 보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말도 안 되고 상상도 안 되는 이야기의 전개에 놀라기도 했다. 또 이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 남성 화자가 전형적인 가부장제 하의 남성의 반응이라서 현실적이기도 했다.

     

    2. 늑대여자 - 수전 팰위크

     너무 마음 아팠다. 스텔라는 분명히 똑똑한 여자였는데 그런 여자도 가부장적인 구조의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 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마음 아팠다.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나이를 더 빨리 먹는다는 세계관 때문에 더 빨리 조너선의 태도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좋아하는 소재는 나이 먹지 않는 것이다. 가장 예쁘고 젊은 여성이 나이 먹지 않는 설정으로 로맨스 이야기를 펼치는 경우는 많이 보았다. 그런데 나이를 빨리 먹는 소재라니, 충격적일 것이다. 사실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 누구나 나이가 든다. 하지만 남성은 나이가 들어도 젊은 여성과 섹스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은 그렇지 못한다.

     이 단편은 여성을 섹스 상대, 인격체가 아닌 예쁘장한 인형으로만 생각하는 가부장적인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나이들고 예쁘지 않고 그렇다면 조너선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서 두려워하는 스텔라에게 조너선은 말한다. 당신은 계속 예쁠 거라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스텔라가 늑대로 변했을 때는 조너선이 그 '주인'이라는 것에 우월함을 느낀다. 자신이 통제하는 것을 즐긴다. 특히 조너선이 누군가를 험담하기 위해 하는 대화들은 정말 많이 들어봤으면서도 항상 듣기 싫은 말들이다. 이 똑똑한 여성도 가부장제 안에서 무너지는 내용이 마음 아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