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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 독서일기 <사하맨션>,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진이, 지니>
    독서 일기 2023. 11. 7. 13:46

     

     

    사하멘션

    10/22

    "섣부른 불안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10/23

    조남주 작가가 쓴 책 중 가장 재미있다. 소외된 사람들이 모이는 곳, 사하맨션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헝거게임>이나 <우주인 조안>처럼 나뉘어져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우리 사회에도 보이지 않는 경계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걸 시각화한 작품들을 보면 더 크게 계급차이가 느껴진다.

    게다가 <사하맨션>은 맨션이라는 한 공간에서 이야기가 주로 이어지기 때문에 상상하는 재미가 엄청나다. 책에는 조감도도 그려져 있고, 목차가 재미있게 생겼다. 목차가 우편보관함처럼 생겼다. 책을 너무 재미있게 잘 만들었다.

    10/24

    "저 사고가 자신에게도 일어날지 모른다는, 자신의 아이들도 저렇게 어리고 나약하다는, 알면서도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다는 공포"

    사고일까, 자살일까. 자살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마지막 날에 평소와 전혀 다르지 않은 엄마의 행동들을 읽을 때 가슴이 차가워지는 느낌이었다.

    "순간 진경은 영혼의 배열이 통째로 뒤집히는 것을 느꼈다."

    "누나가 도망갈까 봐."
    "칫솔을 숨겨놓으면 뭐가 달라져?"
    "나도 모르겠어."

    "수십년 전에 독립했다는 남쪽 어딘가의 작은 도시국가. 세상을 향해 높고 단단한 벽을 쌓아 올린 나라. 그 안에 다시 섬처럼 고립된 어느 맨션. 이토록 완벽한 은신처가 또 있을까."

    남매의 이야기가 이렇게 어두울 줄은 몰랐다. 도경의 얼굴에 타올을 올려주면서 영감의 말을 따라하는 진경의 마음이 어땠을까.

    "대가가 보장되지 않는 단순한 일을 기계처럼 반복하는 삶은 뒷걸음질 같았다. 두렵고 더디고 힘들게 도착하고 보면 늘 더 못한 자리. 맨션 사람들은 어려지고 유치해지고 단순해졌다."

    "한참만에 무거운 생각이 말끝을 누르는 듯 느릿느릿 말했다."

    "정말, 왜, 우리는 저런 짓을 못 하고 있을까."

    "하지만 진경은 사라의 마음도 자신의 마음도 알지 못했고 그 채로 사라를 안고 도경을 부탁했다."

    사라는 진경을, 진경은 우미를 좋아한다. 때문에 진경은 사라의 눈을 잘 바라보지 못한 거겠지. 눈이 하나밖에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모르겠어서.

    10/25

    "진경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서운함과 안도가 뒤섞여 마음이 복잡했다."

    "사라는 그 고단한 삶을 이상할 정도로 쉽게 받아들였다."

    "사하맨션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라에게 세상은 딱 그 크기, 그 만큼의 빛과 질감, 그 정도의 난이도였다. 그런데 요즘 사라에게 너머의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난 이제 지렁이나 나방이나 선인장이나 그런 것처럼 그냥 살아만 있는 거 말고 제대로 살고 싶어. 미안하지만 언니, 오늘은 나 괜찮지 않아."

    "자신을 지나쳐 우미에게 다가가던 진경을 생각했다. 기억은 얼음이 녹아 흐르듯 조금씩 무너져 내렸고 사라의 머릿속에서 진경의 표정은 계속 바뀌어 놀랐다가 당황했다가 걱정했다가 애틋해졌다. 분명 특별한 감정이 담긴 얼굴이었다. 우미를 향한 진경의 마음은 뭘까. 어디서 왔을까. 왜 내게는 아닐까."

    "으스스한 골목에서 뒤를 돌아보는 일"
    "안 하는 게 낫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확인하고 싶었다."

    10/26

    "헛헛한 마음과 무게 중심을 잃은 몸들이 타운 곳곳을 헤맸다."

    "힘들까 봐 그런 게 아니라.. 분명 내가 먼저 죽을 거 아니야. 저 어린것한테 같이 사는 사람 죽는 걸 어떻게 또 보여 줘."

    "고맙다는 인사까지는 안해도 되었다. 왕할머니는 아이가 너무 의젓해 속이 상했다."

    "그럼 이제 제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할머니한테만 말해요."

    배를 타고 떠나는 사람들, 전단지를 붙였다 사형당한 애기엄마, 시위에서 맞아 죽은 사람들. 

    <사하맨션>에서 처음 울은 이야기. 만이 사형당한 엄마의 딸이겠지. 왕할머니가 살던 집이, 왕할머니와 만의 집이 되고, 결국엔 만이 집이 되었다. 결국, 만은 201호에서 혼자서 어른이 되었다. 배는 어디로 갔을까.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요즘 읽고 있는 책. 조예은 작가의 글은 정말 충격적이거나, 너무 좋거나 극과 극이라서 읽을까 말까 고민했지만.. <칵테일, 러브, 좀비>의 작가이기 때문에 더 고민이 되었다. 결국 궁금해져서 읽기로 했다. 그런데 이 책은 충격적이고! 나쁘지 않다. 일단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읽게 만든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했지만, 정말 대학살이 일어날 줄이야. 그것도 젤리로! 정말 상상력이 뛰어난 작가같다. 놀이공원을 배경으로, 젤리를 이용해서, 처음 시작은 아이의 시선으로. 진짜 하나하나 다 놀랍다. 책은 정말.. 충격의 연속이다.

    처음은 유지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린 친구가 겪는 불안과 마음을 너무 잘 표현했다. 나도 유지처럼 모든 걸 삐뚤게 보고, 남을 보며 위안을 얻고, 또래 애들을 무시하며 자신이 어른스럽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그래서 유지에게 감정이입이 너무 되었다. 그 결과 유지의 행동에 너무 놀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무엇하나 해결하지 않고 사준의 이야기로 흐른다. 아직은 사준의 이야기를 읽고 있다. 사준은 계속해서 월급을 얼마 받고 얼만큼 돈을 쓰고, 얼만큼 저축하면 서울에서 집을 살지 계산한다. 사준의 계산이 너무 공감되어서, 나도 다를 바가 없어서 또 이입하게 만드는 캐릭터였다. 사준의 이야기에 지나가듯 유지가 나온다. 아주 짧게. <피프티 피플>이 생각났다. 이렇게 겹치는 이야기가 참 재미있다. 아무래도 조예은 작가의 책은 계속 궁금할 것 같다. 그리고 정말 알 수 없는 작가이다.


    진이, 지니

    10/25

    "동물의 신호를 의인화해선 안돼."

    언제였지. 밀리의 서재였나, 윌리였나, 오디오북으로 듣다가 만 책 같은데. 그때 진짜 기분이 이상했는데. 윌라는 성우가 직접 연기까지 해서 그런가? 도입부에 보노보를 만나는 저 장면이 너무 생생해서 그려진다. 이상한 상점에서의 그 어둠이 너무 잘 느껴진다. 저런 상황에서 보노보를 만나다나 너무 영화같다. 그때 한달무료 끝나서 읽다 말았나 보다. 이번에 다시 다 읽어야지. 처음부터 다시 읽는 중.

     

    자판기 아저씨가 자꾸 생각난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를 너무 자세히도 잘 표현했다. 나는 인물들과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데. 계속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하면서 읽게 된다. 정유정 작가는 몰입도 있는 글을 잘 쓰는 것 같다. 민주뿐만 아니라 민주의 가족들은 어떤 마음일까 계속 생각했다. 가족을 버리기로 한 사람들은 무슨 마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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