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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 독서일기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진이, 지니>, <딸에 대하여>
    독서 일기 2023. 11. 18. 19:09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11/8

    생존자편 다 읽고 다시 보는데 인상적인 부분이 있네.

    "사준은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이대로 녹아 없어졌으면."

    진짜로 여기서 사람들이 다 녹아 없어지는데. 오히려 사준만 녹아 없어지지 않았네.

    11/13

    마스코트 캣 시작.
    이 고양이 책 시작 부분에도 나온 고양이네. 이야기를 정말 잘 만들었다. 미아부분 다시 찾아서 읽고 생존자편도 다시 읽어 봄.

    "나를 이루었던 기억이 사라지면 나는 결국 무엇이 되나."

    아주 오래 사는 것은 무엇일까. 수많은 기억이 쌓여 있는 고양이는 어떻게 살아갈까?

    "어떻게 그 많은 상처들을 안고 살아가는 걸까?"

    그 많은 기억들을 다 기억하고 산다면 그 많은 상처들을 안고 사는 것과 같을 것이다.

    "체에 거르듯이 회상에 회상을 거듭하다 보면 결국 잠시 돌아가고 싶은 그런 순간들만 남았다."

    너무 좋았던 문장.

    "지나간 시간에 붙잡혀 사는 것은 무척 외로운 일이다. 나는 그 애가 외롭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고양이는 그 아이가 자신을 잊고 살기를 바란다.

    "아이가 차라리 화를 냈으면 했다. 화라는 것은 감정을 드러내는 거니까. 계속 쌓고 쌓다 보면 쌓아 둔 무게만큼 외로워진다."

    "기억이 남는다고 당시에 느낀 애틋함까지 남는 건 아니다. 마음은 기억보다도 더 가벼워서 훨씬 빠르게 날아가 버린다."

    설마 고양이가 기억하는 그 아이가 푸른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는 아니겠지..?



    진이, 지니

    11/13

    모차르트가 자신을 부른 말이 '어이'인지, '아이'인지를 기억못하다니.

    11/14

    민주(모차르트)는 남들보다 청각에 예민하다. 때문에 민주 파트는 민주가 들은 것들에 대한 묘사에 집중해야 된다.

    "시체가 예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무슨 해를 끼치는 건 아니야. 그건 산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지."

    "그것 말고는, 내 삶을 포기해버린 밤에, 누군가의 삶을 위해 달려가는 내 오지랖을 설명할 길이 없다."

    작가는 심리 묘사를 너무 자세히도 해놔서 마치 내가 겪은 일처럼 느껴진다. 하다하다 교통사고 당하는 과정까지도 이렇게 자세히 적다니...

    진이가 자신의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 설마설마 했다. 이런 내용인 줄은 몰랐는데.

    "나도 간절하게 알고 싶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왜 네가 있는지. 나는 어디로 갔는지."

    진이랑 민주가 소제목으로 번갈아 나왔는데, 진이가 지니가 된 이후론 "진이, 지니"로 소제목이 바뀌었다. 그러면 진이 몸은 어디로 간거지..?

    "바뀐 건 아무것도 없었으나 시간에는 고통을 가라앉히는 힘이 있었다."

    딸에 대하여

    11/14

    <진이, 지니>를 너무 읽었더니. 뭔가 다른 소설을 읽고 싶어지는데. 그래서 사놓고 안 읽고 있던 <딸에 대하여> 시작.

    중년 여성의 시선에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재미있는 게 나는 이 나이가 아닌데. 어떤 마음일지 다 이해가 된다. 그리고 정말 나이가 느껴진다. 신기하다.

    "이 여자에게 내가 가 보지 못한 어마어마한 세계의 풍광과 1년 내내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고독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11/16

    이제 나는 엄마의 입장도 이해가 되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처음에는 엄마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될 때 이해하기 어려웠다. 죽음이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는 삶이 아직은 먼 이야기 같았으니까. 나는 죽음을 생각하는 게 두려우니까 항상 잊으려고 노력한다.

    "어쩌면 딸애는 공부를 지나치게 많이 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불필요한 공부를 내가 너무 많이 시킨 걸지도 모른다."
    "세계를 거부하는 법. 세계와 불화하는 법."

    "끝이 없는 노동. 아무도 날 이런 고된 노동에서 구해 줄 수 없구나 하는 깨달음.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 그러니까 내가 염려하는 건 언제나 죽음이 아니라 삶이다. 어떤 식으로든 살아 있는 동안엔 끝나지 않는 이런 막막함을 견뎌 내야 한다."

    "어쩌면 이건 늙음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데 엄마도 죽음보다는 항상 삶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던 것이다. 결국에는 다 돈 때문이다. 많은 이야기가 돈 때문에 벌어진다. 딸의 애인과 같이 살게 되는 것도 돈 때문.

    나는 이 책이 동성애자인 딸을 둔 엄마가 그것을 부정하면서 겪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엄마는 동성애라는 말을 안하고자 노력한다. 4분의 1쯤 읽어야 독자가 눈치를 챌 정도이다. 어떻게든 부정하려는 엄마의 마음이 너무 잘 표현되어 있다. 또한 엄마와 딸의 대화는 지독히도 현실적이다. 너무나도 엄마와 딸 그것이다. 엄마들이 읽으면 아주 공감되고 힘들 것 같은 책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딸을 어떻게 할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엄마의 뱃속에서 나왔지만, 딸은 하나의 인격체이다. 본인이 선택하고 생각한다. 절대로 내 마음 같지 않을 것이다.

    "저 사람들은 감정이라 할 만한 것들을 모두 집에 두고 오는 것 같다."

    "그러니까 나는 번번이 그 애가 하는 말에 동의를 하고 한마디를 보태고 그러면서 어떤 대화라고 할 만한 것을 하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아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딸은 가족이니까 엄마에게 싫은 소리도 막한다. 엄마가 듣고 싶은 말은 오히려 딸의 애인이 말해준다. 엄마는 딸의 애인이 싫으면서도 다정한 말들에 위로를 받는다. <피프티 피플>의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남동생에게 맞아서 집을 나온 여자는 지하철에서 친절한 아저씨를 만난다. 가족들은 자신이 당한 폭력을 외면했는데, 처음 보는 아저씨는 나의 캐리어를 들어준다. 이 아저씨는 가족들에게도 이렇게 친절할까? 생각했던 그 에피소드가 참 인상깊었다.

    "기억은 늘 가장 연약한 부분부터 깨어난다."

    엄마가 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너무 잘 느껴져서 몇번이고 눈물이 날 뻔했다. 너무 사랑해서 딸이 밉다가도 미워할 수 없는 그 마음이 너무 잘 느껴졌다. 도대체 작가는 어떻게 엄마의 마음을 이렇게 잘 아는 걸까?

    "만난 적이 없어요. 한 번도요."

    띠팟과 젠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던 사이였다. 당연히 젠이 같이 살며 키웠을 거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래도 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젠의 베푸던 삶은 아주 행복한 삶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요양원에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젠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 충만한 삶이라고 생각된다.

    딸이 동성애자라면 어떨까? 인권운동가라면? 시위에 나가서 얻어맞고 와서 멍투성이라면? 이 책에서는 둘 다이다. 그런데 동성애자라면 자연스럽게 운동가가 될 것 같기도 하다. 딸의 상처를 볼 때 나도 같이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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