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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2 :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나영화 후기 2024. 6. 27. 13:01
인사이드 아웃2
원래 극장에서 영화를 자주 안 본다. 아마 최근에 본 영화가 <소울메이트>인 것 같다. 재개봉한 거 갑자기 너무 보고 싶어서 봤었고. 개봉하고 상영 중일 때 본 영화는 <패스트 라이브즈>가 마지막인 것 같은데. 가난 이슈로 극장에서 영화는 거의 안 본다. 사람들 평 다 보고~ OTT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OTT 들어와도 ‘보고싶어요’ 눌러 놓고, 한참 뒤에 본다. 그런데 <인사이드 아웃2>를 보러 갔단 말이지. 최근에 개봉했고, 요즘 예매율 1위인 영화를 내가 보다니. 이런 건 블로그에 써야 한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사실 나의 블로그는 광고가 붙을 때까지만 열심히 운영하였고, 한동안 방치했다가 최근에 다시 취미로 시작했기에 수익창출이 0원이다. 그럴만도 한 게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대나무숲으로 쓰고 있다. 그런데 이런 블로그도 하루에 조회수 100회 가까이 나온 포스팅이 <바비>였다. <바비>는 내가 보고 싶어서 7월 개봉인데 4월부터 벼르던 작품이었다. 게다가 그 당시 영화가 페미니즘이다 뭐다 꽤 핫했어서 영화를 보러 간 사람보다 인터넷으로 영화 정보를 쳐본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러니까, 이게 문제다. 맨날 영화, 드라마, 책을 봐도 페미니즘 어쩌구 글만 쓰니까 조회수는 하나도 안 나오고. 심지어 그 당시 핫한 작품을 보지도 않어. 페미니즘이 돈이 안 된다는 것을 내가 몸소 증명하고 있다.
어쨌든 <인사이드 아웃2>를 보러 오래만에 극장에 가서 팝콘도 아주 맛있게 먹었다. 뭐 심경의 변화가 있어서 본 게 아니라, 그냥 누가 보자 해서 봄. 영화는 아주 재미있었다. 잘 만든 영화였고 놀라운 것은 이번에 울지 않았다는 것이다. 분명히 <인사이드 아웃1> 볼 때는 울었는데 영화보고 우는 게 취미인 내가 안 울었다니. 흠.. 내가 어른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새로운 사람들이랑 보러가서 영화에 완전 집중을 못하고, 감정을 떨어트려놓고 봤을 수도...
어쨌든 트위터에서 평을 대충 들었단 말이지. 공감성 수치가 크고 불안이라는 캐릭터에 다들 많이 감정이입을 할 것이라고. 음.. 결론적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정말 어른이 되었나. 주인공 라일리의 이기적인 마음과 잘못된 선택을 보면서 다 공감하였다. 하지만 수치스럽진 않았다. 왜 아이들은 청소년기에 가장 못됐을까. 그땐 나도 그랬다. 그런데 이런 영화보고 울고 그래 이게 맞지 이래놓고 다들 또 그렇게 못되게 사나.. 제발 조금은 배웠으면 좋겠다. 영화는 지금까지 박스오피스 1위인데. 다들 영화보고 공감하고 울고, 맞아 나도 그랬어 이래놓고 트위터에서는 다시 서로한테 죽어라 욕하고 있으니..
어쨌든! 일단 라일리가 친구들한테 서운해하고 고등학교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어서 이런저런 일을 하는 것을 볼 때 이제는 내가 다 지나온 길이라서 그냥 그럴 수 있지하면서 봤다. <붕대 감기>를 읽고 나도 조금은 변했다. 이제는 내가 걸어오고 어떻게 행동했으면 더 좋았을지 알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실수를 봐도 이해할 수 있다. 나의 잘못도 인정할 수 있다.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을 하지만 우리는 아마 같은 일이 지금 일어나도 또 어려울 것이다. 과거는 과거고. 앞으로는 나만의 가치관을 지키며 살아야지. 미래에 나한테 지금의 내가 조금 덜 부끄럽게.
그리고 불안이라는 캐릭터도! 많이 이입되지 않았다. 영화를 본 라일리 또래의 아이들이 아니라 20대 이상의 많은 어른들은 불안이한테 공감을 하는 것 같다. 불안, 당황, 따분함, 부럽이라는 4개의 감정이 새로 생긴 것은 사춘기 이후다. 사춘기를 겪은 어른들은 영화에서 말한 것처럼 기쁨은 사라지고 불안에 더 감정이입을 하나 보다. 그런데 <신경 끄기의 기술>을 읽어서 불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어는 것을 선택해도 문제는 따라오니, 내가 원하는 문제들이 가득한 삶을 만들라고 했다. 그렇게 살기로 하고 불안을 마주하니 괜찮았다. 불안은 나에게 좋은 문제들을 가져올 감정이었다.
또 영화에서는 수치스럽고 잊고 싶은 기억들이 라일리를 다시 뒤엎는다. 하지만 이러한 기억들이 라일리의 신념을 만들어준다. 사람들은 실수를 하고 거기서 무언가를 배운다. 결국에는 몸으로 직접 부딪혀서 체감해야지 깨닫고 배우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엄마, 아빠가 공부하라 해도 안 했잖아. 맨날 나이 먹고 후회하잖아. 그 나이에 그러한 실수를 다 저지르고 겪은 것도 행운이다. 신념이 만들어지고 신념으로 움직이게 되는 것이 좋았다. 신념이 한 번 부서지거든. 그때가 라일리가 딱 사춘기일 때라서 이런저런 혼란을 겪는다. 그리고 신념이 다시 생기는데. 그게 너무 좋았다. 관객들에게 결국에 우리 마음 속에는 다 이런 감정들이 있고 신념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준다. 그러니까 우리 마음 속의 양심의 목소리를 듣고 행동해라!라고 대놓고 말하는 영화니까. 다들 양심있게 살았으면.. 결국에 뭐가 옳은 선택인지는 우리가 모두 알잖아.
그 외에도 영화 너무 잘 만들었다. 점점 애니메이션은 현실을 능가하는 것 같다. 그림인데 솜털까지 있고. 이제는 애니메이션을 그림이라고 볼 수 없나. 누구나 공감할 에피소드에 디테일을 다 살리며 웃기기까지 하고 짠하기도 하고 대단하다. 그리고 라일리와 라일리 친구들 삼총사가 다 너무 예쁜데. 또 못나게 생겨서 좋았다. 공주님 같은 외모가 아닌 애들의 얼굴들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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