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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 소희> : 다음은 없도록.
    영화 후기 2023. 7. 24. 23:41

    <다음 소희>는 지금 이 시기에 보면 좋겠는 영화이다. 지금 보면 더 슬픈 이야기이다. 영화는 올해 2월에 개봉한 영화로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다. 독립영화라는데, 생각보다 돈을 많이 들인 퀄리티를 갖추고 있다. 완성도 있는 시나리오와 연출, 배우들의 연기까지 정말 좋았다. 오래만에 정말 잘 만든 한국영화를 보았다.

     

    제목이 왜 <다음 소희>일까. 다음에도 소희 같은 아이가 있을 거라는 의미일까. 슬프게도 소희와 같은 경우는 뉴스에서 너무 많이 보았다. 예전에도 있었고, 아직도 반복되고 있다. 나는 막을 수 있는 죽음이 더 힘들다. 때문에 소희 이야기가 너무 마음이 아팠다. 지금도 민원 때문에 자살한 사람들, 위험한 상황에서 일하기를 강요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들의 죽음이 최근까지도 뉴스에 뜨고 있다.

     

    영화는 조금 특이하게 시작한다. 콜센터에서 일하게 된 어린 여자애가 자살하는 이야기라는 것은 알고 봤는데, 이 아이가 춤을 추면서 시작한다. 춤의 한 동작이 잘 되지 않는다. 계속 반복해도 실패한다. 그리고 영화의 엔딩에서는 소희가 끝내 성공하지 못했던 춤을 멋지게 춘다. 소희가 정말 좋아했던 것은 뭘까? 이 질문이 더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애견학과도, 콜센터도 아니였을 것이다. 소희는 내가 예상한 것과 다르게 밝고 당찬 아이였다. 욱하고 싸울 줄 아는 아이였다. 당연히 조용한 아이가 일하며 안 좋은 상황에 놓여 자살을 택할 줄 알았다. 좋지 않은 근무 환경은 밝고 성격이 좋은 소희 같은 아이도 매몰리게 된다.

     

    소희의 친구들은 다들 형편이 좋지 않다. 소희가 좋아하는 오빠는 동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 같고, 준희는 회사를 관두고 싶어 학교를 관뒀다. 학교에서 관두지 못하게 하니까. 문제는 이 약자들끼리도 서로 싸우고 멀어지며 소희를 힘들게 한다. 왜 힘든 사람들이 서로를 더 힘들게 할까? 요즘 가지고 있는 고민이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까 서로가 서로에게 더 상처를 만드는 것 같다. 소희의 부모와 직장 상사와 학교 선생님한테는 가서 소희의 죽음을 막을 수 있지 않았냐고 물어보던 형사(배두나)가 유일하게 잘못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준희이다. 소희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소희의 죽음에 죄책감을 가진다. 하지만 어른들은 모두 몰랐다며 책임을 회피한다.

     

    중요한 것은 이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소희가 관두고 싶다고 했을 때 부모가 들었다면, 선생님이 관둬도 된다고 말했으면, 학교와 지자체가 제대로 관심을 두었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회사가 회사 안의 사람들이 제대로 된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제대로 돈을 주었다면 죽지 않았을 것이다. 콜센터에서 서로의 실적을 경쟁하듯 적어놓은 표는, 학교에도, 지자체에도 있었다. 위로 더 위로 가도 모두가 경쟁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해서 그렇다고 변명한다. 소희가 쉽게 관두지 못한 것을 이해한다. 나도 힘들게 일해 본 적이 있는데, 관둔다고 말하는 것조차 엄청난 용기이다. 하지만 소희는 용기를 내서 힘들다고 말하고, 관두고 싶다고 말했다. 소희가 낸 마지막 용기마저 짓밟았기 때문에 아이가 죽음에 내몰린 것이다.

     

    영화는 소희가 자해를 하거나, 물에 들어가는 장면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좋았다. 화면에서 보여주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손목을 긋었다는 것을 보여주자 더 충격이 컸다. 소희가 물에 들어가는 장면은 화면이 고정되어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냥 소희가 화면에서 점점 사라진다. 다시 그 장소에서 화면은 고정되어 있고, 배두나가 화면에 점점 등장한다. 이런 연출이 좋았다. 영화는 2시간 정도 되는데 1시간 정도는 소희의 이야기를 다루고, 나머지 반은 배두나가 극을 이끌어 간다. 정확하게 반씩 나눠서 각 인물이 극을 이끄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고 집중력 있게 볼 수 있는 영화였다. 감독의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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