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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엠마 2020 / 여성감독 / 제인 오스틴 소설 원작 / 성장 / 우정
    영화 후기 2021. 1. 9. 20:05

     제인 오스틴이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엠마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고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영화는 소설의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첫 문장은 엠마가 얼마나 부유한 집안에서 어려움 없이 자랐는지 알 수 있다. 괴롭고 화를 낼 일이 없던 엠마에게 곧 어떠한 일이 닥칠 거라는 예감이 든다. 엠마가 꽃을 따라고 손짓만 하고 하녀가 다른 꽃을 고르자 그게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러나 다른 꽃이라고 다시 손짓하지는 않는다. 엠마는 신분을 중요시하고 자기보다 낮은 사람들을 부리는 것이 자연스럽다. 엠마의 오만함은 영화를 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마냥 그녀를 미워할 수 없다. 이 또한 영화를 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엠마 역 안야 테일러 조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미장센이다. 제목이 뜰 때부터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의상부터 배경까지 모든 게 조화롭다. 화려한 집들과 대칭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인물의 동선조차 리듬감 있다. 두 인물은 화면 속에 대칭을 이룬 듯이 존재한다. 자리에 앉을 때면 똑같은 속도로 앉고 고개를 돌릴 때조차 같이 돌린다.

     

    해리엇 역의 미아 고스

     이런 동작이 극대화되는 무도회 장면이 가장 좋았다. 남녀가 마주보고 춤을 추는 모습이 화면 가득했다. 무도회 장면에서는 해리엇에 대한 이야기를 빼먹을 수 없다. 극 중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인물인데 1년에 3명의 남자에게 사랑에 빠진다. 엉뚱하고 귀엽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얼굴에 다 보이는 인물이다. 무도회에서 해리엇은 외로워 보인다. 같이 춤 출 상대가 없기 때문이다. 엠마와 해리엇은 단짝이지만 이때 엠마는 다른 남자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엠마는 해리엇을 발견하고 걱정하고 있을 때 나이틀리가 해리엇에게 다가온다. 눈물을 흘리던 해리엇이 나이틀리를 보며 웃음 짓고 둘이 함께 춤추는 장면이 가장 좋았다.

     

    무도회에서 엠마와 나이틀리의 대화도 좋았다.

     엠마와 나이틀리는 원래 자주 의견이 맞지 않았다. 재미있게도 나이틀리가 하는 말들은 다 옳은 말뿐이었다. 제인 오스틴의 <노생거 사원>이라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읽은 것 중에서 공통점을 찾았다. 남성캐릭터들이 올바르다는 것이다. 내가 이성애 로맨스 이야기를 볼 때 몰입할 수 없었던 이유는 남성 캐릭터를 좋아할 수 없어서였던 적이 많다. 그런데 제인 오스틴의 작품에서는 남성캐릭터가 아주 올바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여성작가가 쓴 소설이라서 생겨난 남성캐릭터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엠마라는 여성 캐릭터가 혼자서 발전하지 못하고 남성 캐릭터로 인해 깨달음을 얻는 내용은 아니다. 여성캐릭터는 항상 완벽하지 않다. 나는 이 완벽하지 못한 여성 캐릭터가 더욱 매력적이다. 엠마는 잘못을 저지르고 잘못을 고치고자 본인이 나선다. 남성 뒤에 숨지 않고 남성이 내민 손을 잡지 않고 상황을 바로잡고자 한다.

     

     최근에 만든 작품이라 그런지 신분이 낮은 하인들이 영화의 배경 속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라 눈에 띈다. 주요 인물들은 신분이 높아 하인들을 없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관객들에게는 하인들의 표정이 잘 보인다. 예민한 주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표정, 가림막을 가져다주었는데 자리를 뜨는 귀족을 보며 당황하는 표정, 바닥에 누워 있는 귀족을 보고 다른 길로 돌아가는 하인 등 주의 깊게 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아직도 계급이 존재하는 영국이라 그런지 신분 차이를 중요시한다.. 부유한 엠마의 사랑을 위해 해리엇에게 짝을 맺어주며 치운 느낌이 든다. 해리엇이 알고 보니 신분이 높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원래부터 좋아했던 농부 마틴과 이어준다. 엠마의 사랑이 이루어져야 했으니까. 신분이 높은 사람들끼리 맺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리엇이 마틴을 향해 뛰어가 둘이 껴안고 입 맞추던 장면은 너무 사랑스러웠다. 물론 영화의 후반부 엠마와 해리엇의 포옹 장면도 좋아서 눈물이 났다. <엠마>라는 영화는 신분차이를 넘나든 사랑이야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해리엇 그리고 해리엇과 엠마의 우정을 사랑하게 되는 영화였다. 이 영화는 사랑이야기보다는 엠마의 성장 이야기이다. 그리고 엠마와 해리엇의 우정 이야기이다. 영화에 등장한 다양한 인물들 또한 다채롭고 좋았다. 엠마에게 깨달음을 주는 인물들이 많다. 엠마가 오해를 깨닫기도 하고 자신보다 더 오만한 캐릭터를 만나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좋은 점도 감상도 블로그에 다 쓰지 못할 만큼 많다. 다 이야기하지 못한 수많은 장면들이 다시 보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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