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움뷰어] 불편함을 마주하게 되는 단편영화들 <나의 침묵>, <완전히 안전한>영화 후기 2020. 11. 27. 18:29
페미니즘을 알고 난 후 일상은 불편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불편함을 알아야 하고 계속 불편해하며 바꿔나가야 한다. 페미니즘을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고 우리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여성인권영화제 피움'에서 불편함을 마주할 수 있는 단편영화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불편한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나의 침묵>
영화는 평범한 가정의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대화로 시작한다. 평화로운 오후는 집에 시어머니의 아들이자 며느리의 남편이 들어오며 상황이 바뀐다. 우리는 가정폭력을 목격하게 된다. 남편이 소리를 지르는 것 또한 듣기 힘들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시어머니의 표정 또한 보기 힘들다.
단편 영화의 짧은 시간이 매우 길게 느껴진다. 남편은 계속해서 고함을 지르고 곧이어 아내는 운다. 관객은 방관자의 위치에 서게 된다. 나설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다. 폭력을 목격하게 될 때 나서기는 쉽지 않다. 폭력을 모른 척하는 것은 익숙하다. 가정폭력의 가해자인 남편이 경제권을 쥐고 있다면 벗어나기 쉽지 않다. 방관자 또한 피해자와 비슷한 위치일 수 있다.
가정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얼굴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방관자의 얼굴과 방관자의 시선만 등장한다. 위 사진의 시선은 익숙하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의 얼굴은 불편하다. 그 불편한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영화이다.
공동체 안에서 성폭력이 가지는 불편한 진실 <완전히 안전한>
관객은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을 목격하게 된다. 성폭력이 일어나는 장면 또한 보기 괴롭지만 성폭력을 공동체에서 알리고 난 후의 상황도 보기 힘들다. 이 공동체는 난민 인권운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성폭력이 알려지면 여론이 좋지 않을 것이 당연하다. 이 특수성 때문에 피해자가 피해자임을 말하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공동체에서 사람들이 둘러앉아서 성폭력 사건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카메라가 돌아가면서 공동체 사람들을 보여준다. 피해자가 된 듯이 불편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곧이어 카메라는 피해자의 얼굴을 보여준다. 피해자가 아니라 같은 공동체 사람으로서 앉아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답답하고 보기 힘들었다. 피해자로도 피해자가 아닌 공동체의 한 사람으로도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어느 위치여도 편할 수 없는 영화였다.
위 영화는 2020년 12월 1일 개막하는 14회 여성인권영화제의 상영작으로, 개막 이후 온라인에서 무료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은 14회 여성인권영화제 웹 기자단 피움뷰어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14회 여성인권영화제 개요
- 슬로건 : 우린 흔들리지 않지
- 기간 : 2020년 12월 1일(화) ~ 10일 (목)
- 장소 : 온라인 상영관 (아래의 링크 / 전편 무료 상영)
- 주최 : (사)한국여성의 전화
'영화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엠마 2020 / 여성감독 / 제인 오스틴 소설 원작 / 성장 / 우정 (0) 2021.01.09 [피움뷰어] 경계를 넘는 여성들, <파도 위의 여성들> (0) 2020.11.30 [피움뷰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 집중하는 <최강레드!> (0) 2020.11.23 월드워 Z / 좀비영화 / 스포 있음 / 왓챠 (0) 2020.09.17 배심원들 / 한국영화 / 문소리 / 조수향 / 스포 있음 (0) 2020.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