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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움뷰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 집중하는 <최강레드!>영화 후기 2020. 11. 23. 18:03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폭로할 때
피해자가 성폭력 사건을 이야기할 때면 우리는 언론이나 댓글에서 피해자를 탓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이 영화에도 마을 사람들이 파티에 가서 취했으니 여자의 잘못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영화는 완벽한 피해자에 집착하지 않는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파티에서 술에 많이 취했다고 해도 성폭력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가해의 목소리 뒤에 가해자의 편에 서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넣어주었다.
영화를 보면 피해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피해자가 등장하지 않고도 강간 사건을 이야기할 수 있다. 성폭력 사건을 다룬 영화를 만들고 싶다면,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면 이 영화를 참고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알렉스 고더드는 범죄 사건을 다루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이 사건을 보고 가해자들의 SNS에 들어가서 그들이 성폭력 이후 나눈 메시지들을 모아 업로드하였다. 가해의 말들은 자극적이고 보기 힘들다. 자극적이라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최근의 성폭력 사건에 여성들이 SNS로 공론화를 하고 해시태그 운동을 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떠올랐다. 피해자의 편에 선 연대는 쉽지 않다. 알렉스 고더드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 연대해주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마을에 많은 여성들이 나와 자신도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라고 말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피해 사실을 털어놓기 힘들었고 많은 경우 그냥 넘어갔다. 성폭력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알 수 있다.
우리가 가해자에게 주목할 때
마을 사람들은 이런 사건은 다른 곳에서도 많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마을이 안 좋은 사건으로 주목을 받으니 불편해한다. 그들에게 피해자보다는 마을에서 인기 많은 미식축구팀이 중요하다.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마음이 불편해진다. 진실이 아니길 바라게 된다. 피해자를 향한 공격은 더욱 커진다. 하지만 영화는 명백히 강간 문화라고 말한다. 미식축구팀은 남자다움을 강화한다. 남자답다는 소리를 많이 들을 미식축구팀에서 강간사건의 가해자가 나타난다. 누군가 강간하는 것은 남자답지 못한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남자들은 그럴 수 있다고 말한다. 미식축구팀의 이 남자들은 그래 왔을 뿐이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자신은 여전히 스타고 잘못되었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영화는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이 사회의 강간 문화에 대하여 지적한다. 가부장적인 사회는 남성들을 성폭력 가해자로 키우고 있었다.
영화는 피해자 대신 가해자에게 주목한다. 가해자의 얼굴과 이름이 반복해서 나온다. 그리고 방관자들의 얼굴과 이름도 나온다. 많은 사람들에게 성폭력 사건을 막을 기회가 있었다. 가해자 또한 성폭행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그 파티에 있지 않았던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피해자에게 제대로 저항하였는지, 왜 그 공간에 있었는지에 물어보는 대신 가해자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동의를 제대로 구했는지, 왜 성폭행을 했는지, 피해자에게 향 말과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아는지 말이다.
위 영화는 2020년 12월 1일 개막하는 14회 여성인권영화제의 상영작으로, 개막 이후 온라인에서 무료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은 14회 여성인권영화제 웹 기자단 피움뷰어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14회 여성인권영화제 개요
- 슬로건 : 우린 흔들리지 않지
- 기간 : 2020년 12월 1일(화) ~ 10일 (목)
- 장소 : 온라인 상영관 (아래의 링크 / 전편 무료 상영)
- 주최 : (사)한국여성의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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