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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비> : 페미니즘 영화 (*스포 있음*)
    영화 후기 2023. 7. 23. 17:55

    그레타 거윅 감독을 좋아한다. <레이디버드>는 유명하니까 봤고, 다음 작품들도 챙겨봐야지 했는데. 배우로 출연한 <우리의 20세기>가 너무 좋았다. 감독으로 만든 영화, <작은 아씨들>도 너무 좋았다. 그레타 거윅에 대하여 높은 기대가 있었기에 <바비>는 꼭 극장에서 봐야 겠다고 생각했었다. 오랜 시간 동안 보고 싶었던 <바비>는 기대 이상이었다. 사실, 프로모션을 할 때까지는 다들 마고 로비 배우의 외모 이야기만 해서 걱정되었다. 그레타 거윅이 만든 영화는 외모지상주의를 따르는 영화가 아닐텐데, 사람들이 예쁜 여자로만 소비할까봐 걱정되었다. 왜냐, 영화 보러갈 때부터 여자들은 핑크색 옷에 집착하기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영화는 시작부터 페미니즘과 가부장제라는 단어가 아주 많이 나온다. 이렇게 쉬운 페미니즘 영화는 처음 본다. 아주 친절히 가부장제를 설명해 준다. 바비는 뭐든지 될 수 있다. 바비를 만든 사람은 바비 인형이 여자 아이들에게 끼치는 악영향에 죄책감을 가졌다. 전형적인 바비를 닮고 싶은 여자 아이들이 자신의 외모와 몸을 미워하게 되니까 다양한 바비를 만들었다. 대통령, 대법관, 작가, 인부, 인어, 휠체어를 탄 바비, 임산부 등등. 하지만 여전히 금발의 전형적인 바비가 가장 인기가 많다. 이 영화의 주인공도 바로 이 전형적인 바비(스테레오 타입의 바비)이다.

     

    영화가 얼마나 친절하냐면, 바비가 어린 여자아이들을 만나서 자신은 바비라고 소개하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아이들은 말한다. 바비가 여성인권을 후퇴시켰다고. 아주 아주 자세히 이야기한다. 또한, 바비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할 때, 아메리카 페레라도 말한다. 여자로 살아가는게 얼마나 힘든지, 정말 길게 이야기한다. 이렇게 자세히 알려주면 이제 알 때가 되지 않았나, 우리 사회는 가부장적이다. 우리는 페미니즘이 필요하다.

     

    바비랜드는 바비가 주인공인 인형들의 세계이다. 여기서 바비는 풍족하게 살아간다. 아무도 켄을 생각하지 않는다. 공사장 인부부터 의사, 대법관까지 모두 바비이다. 모두 여자이다. 현실 세계와 반대이다. 바비가 운동 경기를 하는데, 켄이 응원하는 장면이 너무 웃겼다. 성별이 바뀌니 너무 재미있더라. 하지만 바비와 켄이 현실 세계로 가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켄의 세계에 온 것이다. 모두가 남자인 세상에서 바비는 혼란스럽다. 켄은 가부장을 배우고 좋아한다. 자신이 우위인 세상을 처음 겪어보았으니. 켄은 인형들의 세계로 돌아와 바비랜드를 장악한다. 그러자 켄과 관련된 인형집이 불티나게 팔린다. 이건 꽤 현실같았다. 사람들은 여자가 주인공이어도 작은 남자캐릭터를 더 사랑하는 경우가 많아서 말이다. 바비를 만든 회사, 마텔조차 대표부터 이사들은 모두 남자이다. 바비는 뭐든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회사조차 여자는 비서이다. 심지어 대표는 비서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지금 여성을 대상으로 물건을 파는 회사들도 다 대표는 남자다. 화장품, 다이어트약, 여자 속옷을 파는 회사들도 돈은 남자가 벌고 있다. 영화 <바비>의 배급사 또한 워너 브라더스 아닌가?

     

    바비는 항상 하이힐을 신기 때문에 발뒷꿈치가 올라가 있다. 하지만 바비는 어느 날, 발바닥이 땅에 달라붙는다. 그러면서 현실 세계로 가게 된다. 이 영화는 페미니즘 영화이기 때문에 바비에게 발바닥이 평평해지는 변화를 준 것이다. 이런 포인트가 너무 재미있었다. 바비가 현실 여자와 닮아가며, 현실 세계를 깨닫게 하는 계기를 발바닥으로 표현하다니. 게다가 결말에서는 바비는 인간이 되기를 선택한다. 그러면서 바비가 한 선택은 질을 만드는 것이다. 영화는 바비가 산부인과에 간 걸로 끝나지만, 간 이유는 뻔하지 않은가. 이런 엔딩조차 재미있었다. 그리고 바비는 엔딩에 하이힐이 아닌, 평평한 신발을 신는다. 이런 변화를 발견하면 영화가 더 재미있을 것이다.

     

    내가 이 영화를 보고 싶었던 또 다른 이유는 케이트 맥키넌 때문이다. 아이들이 인형을 가지고 놀면 머리를 잘라 버리고, 얼굴에 낙서를 하고, 다리를 막 찢어버리지 않나? 케이트 맥키넌이 바로 이 이상한 바비를 맡았다. 그리고 켄으로 샹치도 나오는데, 잘 어울리더라. 샹치보다 켄이 더 잘어울리는 듯. 인생 캐릭터를 찾은 것 같다. 켄은 중요하지 않으니까 별로 말할 게 없다. 그래서 켄이 춤추고 노래할 때도 검정색 옷 입힌 것 같더라. 영화는 켄은 철저히 무시하고, 바비에 대하여 집중하게 한다. 켄은 결말부에 대법관 하나라도 켄이 할 수 없을까 바비들한테 허락을 구한다. 하지만 대통령 바비는 대법관까지 좀 그렇다고 말한다. 지금 현실 세계와 너무 닮은 상황 아닌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가 생각났다. 예전에 긴즈버그가 대법관에 여성이 몇 명 있어야 하냐는 질문에 모두가 여성이어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다 남자여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세상 아닌가. 모두가 여성이라고 하면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주인공 바비는 켄과 같이 잘 살기를 선택한다. 왜냐, 바비는 여성이니까. 현실 세계를 경험해 본 사람이기 때문에 켄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가끔 여자들이 바비가 너무 착하다고 말한다. 바비가 후반부에 켄의 마음을 알아주고 위로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바비는 켄을 사랑하지 않는다. 켄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다. 그리고 켄이 친구이기 때문에 진심으로 걱정해 준다. 바비는 켄의 마음을 알고 느껴본 사람으로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여성들의 아주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여자니까 착한 게 아니라, 우리는 여자라서 안다. 남자들이 모르는 세계를 알고, 차별받는 느낌,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이 무엇인지 안다. 정확하게 알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운 적이 있다. 여자들은 경계 밖에 서 본 적이 있기 때문에, 더 넓은 시각을 가졌고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 그래서 여자 작가와 여자 감독이 만든 이야기가 얼마나 재미있는가. <바비>는 정말 재미있고, 유쾌한 페미니즘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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