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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왓챠에서 여성서사 도장깨기 1탄>
    영화 후기 2021. 12. 15. 18:27

    1. 마리퀴리

     왓챠 메인에 걸려있을 때 홀린듯이 클릭해서 보았다. 과학에도 관심이 없고 마리퀴리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을지 걱정했다. 그런데 이야기에 빠져들어서 재미있게 보았다. 이야기의 재미뿐만 아니라 연출, 대사도 좋았다. 년도가 넘어가는 과정의 연출이 정말 좋았다.

     

     사실 어떤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볼 때는 거리를 두고 보려고 한다. 위인전이나 실제 인물이 나오는 영화는 인물에 대한 미화가 들어간다고 느껴진다. 특히 위인전에서 신격화하는 듯한 구절을 만날때마다 신뢰도가 떨어진다. 영화는 영상과 내러티브가 있기 때문에 더 인물에 빠져들수 밖에 없다. 인물의 성격과 사적인 사건에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까지는 우리가 모르지 않나. 이미 죽은 사람을 다룰때는 다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실제 인물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하지만 이 영화는 이야기의 힘이 대단하다. 마리퀴리에게 완전히 빠져들었다. 마리퀴리를 이해하게 되었고 애정을 느꼈다. 영화는 마냥 미화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성격도 능력도 완벽한 여성으로 그리지 않았고 예민한 성격도 잘 보여주었다.

     

     돋보적인 여성캐릭터를 만났다. 잘 웃지 않고 똑똑하면서 예민한 여성캐릭터를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미디어에는 아무리 능력이 좋은 여성도 결혼을 하면 육아와 집안일을 하는 모습일 위주로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마리퀴리가 살림을 하거나 아이와 다정한 모습으로 나오는 모습이 많지 않다. 엄마가 아니라 끝까지 마리퀴리의 모습을 보여주어서 좋았다. 똑똑한 남성캐릭터는 날카로운 말을 하고 예민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맨날 보던 캐릭터를 여성으로 보니 이렇게 새롭고 재미있다. 또한 마리퀴리가 능력이 좋아도 그 시기에 가부장적인 사회구조에 얼마나 부딪쳤는지 잘 보였다. 여성서사로서 얼마나 여성이 능력을 인정받기 어려웠는지도 잘 보여주는 영화였다. 영화 중간에 마리퀴리의 연설이 끝나고 여성들이 하나둘씩 일어나서 박수치는 장면이 좋았다. 여성이 한 명 일어나자 다른 여성들도 따라 일어서기 시작하고 나중에는 남성들도 모두 일어나 박수를 친다.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여성감독 마르잔 사트라피의 영화이고 로자먼드 파이크와 안야 테일러 조이도 나온다.

     

    2. 비정규직 특수요원

     좋아하는 두 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오고 살짝 B급 감성의 영화가 보고 싶었다. 강예원 배우와 한채아 배우는 좋은 필모를 찾기 힘들다. 두 배우는 연기력도 좋도 코미디도 잘하는데 왓챠에 볼만한 작품이 별로 없다. 강예원 배우는 코미디 연기를 정말 잘한다. 영화는 웃길려고 하지만 그렇게 웃기지 않아서 보기 힘들었는데 강예원 배우가 나오면 재미있었다. 한채아 배우는 액션도 잘하고 눈빛연기도 좋았다.

     

     영화 중간에 더러운 걸 만지고 악수하려는 아저씨들 때문에 보기 어려웠다. 주인공에게 민망한 장면도 많아서 힘들었다. 그래도 여성투톱에 잡입수사, 코미디, 액션을 볼 수 있는건 좋았다. 영화 소개를 해주는 텔레비전 프로에서 이 영화에 대해 설명해주는 걸 보고 이미 내용은 알고 있었다. 둘은 티격태격하다가 친구가 되고 술에 취해서 타투까지 한다. 타투가 나올 때는 조금 유치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의외로 이야기의 전개를 따라가다 보니 재미있었다. 특히 한채아 배우가 타투한 걸 깨닫고 화낼 때 강예원 배우의 표정연기가 너무 웃겼다. 순수하게 주변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당기는 매력있는 캐릭터였다. 순수해서 본인도 어떤 매력이 있는지 모른다. 두 여성캐릭터가 모두 매력적이고 서로에게 스며드는 우정이갸기가 좋았다.

     

    3. 뜨거운 것이 좋아 (스포 주의)

      나이도 고민도 다른 세 여자 아미, 영미, 강애의 이야기이다. 사랑, 나이, 외모에 집착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줄까봐 걱정했다. 물론 그런 이야기가 중점을 이루지만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여성캐릭터가 다양하고 여성의 입장에서만 이야기가 전개된다. 2007년도에 여성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영화는 새로웠을 것 같다. 포스터와 달리 그렇게 사랑에 대해만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동성애 이야기도 있고 꿈 이야기도 있다.

     

     김민희 배우가 맡은 아미의 이야기가 가장 중점으로 나온다. 아미는 시나리오 작가이지만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게 쉽지 않다. 이럴 때 만나는 남자는 결혼이 힘들것 같고 소개팅남은 결혼하기 딱 좋은 조건이다. 결혼으로 도망가고 싶은 아미한테 같이 일하는 남자는 말한다. 여자들은 일이 안되면 결혼해버리면 되니까 좋겠다고 말이다. 이 장면을 보면서 너무 슬펐다. 아미가 자신의 일을 포기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아미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할 수 있는 남자 중에서 한 명을 선택하는 결말이 아니라 일을 선택하는 결말이라서 좋았다. 아미는 담배를 끊었는데 소개팅남은 담배를 피는 결말이 재미있었다. 영화에서 등장인물이 변화하는 것을 발견하는게 재미있다.

     

     이 가족은 정상가족이라는 틀에서 벗어났다. 성공한 엄마는 일과 몸매관리는 열심히지만 집안일은 전혀 하지 않는다. 집안일은 딸 강애가 도맡아 하고 하고 이모인 아미는 얹혀살고 있다. 아빠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던 것 같다. 이 집안은 3명의 여자가 같이 사는 집이다. 집 안의 남자의 부재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어서 좋았다. 강애의 엄마인 영미는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한다. 아미는 소개팅남에게 프로포즈를 받고 영미에게 말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프로포즈를 받으면 좋아하던데 실제로 받으니 다르다고 한다. 영미는 그래서 세뇌교육이 위험하다고 답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나이 든 여자는 인생이 끝났다고 하는 것도 세뇌교육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미와 영미가 프로포즈에 대해 이야기하던 장면과 위 사진의 장면도 좋았다. 아미가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관계를 정리한다. 아미도 남자친구도 앞으로 어떻게 할지 정한다. 또 강애가 미란을 만나러 공항에 가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냥 재미로 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샌가 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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