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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토리> : 완전 추천. 강추 강추.
    영화 후기 2024. 8. 31. 16:54

     

    연차를 쓰고 집에 혼자 있는데, 갑자기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집에 하루종일 있다고 해서 책을 읽을 것 같지도 않고, 글을 쓸 것 같지도 않고.. 할 일은 잔뜩인데 미뤄두고 아무것도 안 할 거라면, 진짜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제대로 딴짓을 하면 좋겠더라고. 왜 딴짓이라고 말하냐면, 지금 또 글 쓰기 미뤄두고 책을 읽는데 책에서 딴짓하기에 대해서 말하더라고. <혼자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을 지금 막 펴서 읽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시네마 천국>에 나오는 토토가 딴짓을 하는 캐릭터라고 말하더라. 그런데 토토가 하는 딴짓이 심부름 가는 길에 영화보러가기더라. 바로 내가 어제 한 짓 같애서.

     

     

    요즘 나는 영화관을 정말 안 간다. 무엇보다 영화값이 너무 비싸. 그래서 더더 재미있고, 진짜진짜 괜찮은 작품에만 돈을 쓰고 싶다. 물론 <빅토리>도 온갖 할인쿠폰을 땡겨서 7700원에 봤다.  그런데 여자들 많이 나오는 영화는 봐야 겠다고 생각했어. 재미가 있든 없든, 여자들 나오면 무조건 소비하기로 했어. 그래서 <정년이>도 기대중. 나오면 바로 볼 거임. <딸에 대하여>도 보고 싶은데 상영관이 별로 없다.

     

     

     

    그런데 이 영화는 재미있었다. 게다가 감동까지. 내가 춤을 좋아해서 보는 재미도 있었다. 배경이 거제라서 <땐보걸즈>도 생각났다. 춤 추는 여자 고등학생 이야기니까.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도 많이 나온다. 박세완 배우는 <오목소녀>때부터 좋아했고, 최지수 배우는 <소년심판>에서부터 좋아했다. 조아람 배우는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에 나온 배우네. 어째 얼굴이 익숙하다 했어. 그리고 포스터에 있는 여자 배우들은 대부분 신인 배우인 것 같다. 이런 영화를 찍다니. 너무 부럽다. 너무 좋은 추억과 필모가 생겼을 것 같다.

     

     

    영화는 흔한 한국영화와는 많이 달랐다. 내가 생각한 영화 스토리는 춤을 사랑하던 친구들이, 진심으로 축구를 응원하게 되는 이야기일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이 친구들은 춤을 추고 싶어서 치어리딩을 이용만 한다. 축구부 친구들은 분량도 적고, 중요한 역할도 아니다. 포스터에도 써 있고, 대사로도 나오지 않는가. "나는 나를 응원한다." 나를 응원하고, 또 우리를 응원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친구들은 모두 한 명 한 명 본인이 주인공인 인생을 살아간다. 영화에 반복적으로 그런 대사가 반복된다. 박세완 배우가 연기한 미나는 이혜리 배우가 연기한 필선한테 너 옆에 있으면 조연이라도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고 말한다. 그런데 필선은 말한다. 너가 주인공이라고. 그리고 최지수 배우가 연기한 소희는 자기는 인생에서 항상 깍두기였다고 말한다. 그런데 아빠한테는 본인이 고기 반찬이었다고 말한다. 그때도 필선은 말한다. 네가 깍두기여도 예쁘니까 항상 껴준 거라고 소희가 필요하다고. 이 장면에서 처음 울었다. 그 이후로는 거의 모든 장면에 울음이 계속 나왔다. 치형이 고백하면서 필선한테 해주는 말들도 좋았고, 필선이 아빠와 밥을 먹으며 화해하던 장면도 좋았다.

     

     

    지금 한국인들이 좋아할 요소는 다 들어가 있다. 적극적이고, 수동적이지 않은 여성캐릭터. 남자의 고백에 설레기만 하는 여자캐릭터가 아니라 관계를 주도하고, 클리셰적인 소꼽친구의 고백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캐릭터. 그리고 레트로. 세기말 패션과 요즘 유행하는 힙한 댄스. 뉴진스가 슈퍼내추럴에서 추던 안무들이 필선과 미나의 춤에서 보였다. 뉴진스가 유행시킨 레트로가 여기에 모두 있다. 비디오 카메라, 삐삐, 힙합 패션, 힙합 춤.

     

     

    무엇보다 흔한 클리셰를 부시면서 더 재미있게 만들어서 좋았다. 친구들과 싸움이 붙어서 위기에 쳐했을 때 남자 두 명이 와서 도와준다. 한 명은 서울에서 전학온 세현의 오빠, 한 명은 필선의 소꼽친구. 그런데 세현의 오빠는 한 대 맞고 나가 떨어지고, 필선의 소꼽친구는 필선 대신 맞아주기만 한다. 오히려 이 상황을 구해주는 사람은 여자다. 여자캐릭터가 나타나서 멋있게 구해줄 때 재미있었다. (누구인지는 직접 보시고 확인하시길) 완벽하게 여자들을 위한 영화이다.

     

     

    아쉬운 점은 하나. 영화를 집에서 OTT로만 보다 보니. 영화관에서 보니까 돌려 보고 싶더라. 그리고 사투리라서 뭐라는지 잘 모르는 부분도 있고. 무엇보다 치형이가 필선이한테 고백하면서 내 꿈은 ~~다! 하는데. 뭐라고? 안 들림. 영화관에서 보면 문제가 있음. 대사가 안 들림. 자막 없이 영화 보기가 어렵네.. 치형이 꿈이 무엇인지 아시는 분 댓글 달아주시길... 영화관에서 보니까 놓친 부분도 꽤 있고, 기억도 조금 안 나고.. ㅋㅋㅋㅋ 나중에 다시 볼려고. 그런데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구성도 좋고. 좋은 영화를 하나 더 알았네. 캐릭터들도 다 너무 매력있고. 대사도 좋고. 심지어 웃기기까지 하고. 최근에 본 영화 중에 제일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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