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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속 지느러미 : 아, 환상 없는 현실은 얼마나 삭막하고 지루한지.
    책 후기 2025. 2. 6. 13:32

    책의 표지가 과자의 포장지같다. 저위에 손을 올리면 뜰어질 것 같은 재미있는 디자인이다.

    뭔가.. 블로그가 오래만인 듯한 기분? 또 조예은 작가의 책을 찾아 읽었다. 도서관에서 본 순간 지나칠 수 없었어. 다음엔 소설 말고 좀 다른 것도 읽어 볼까 하는 중.. 하지만 조예은의 테디베어를 또 읽고 있긴 하지..


    줄거리 요약!

     

    20대의 패기로 음악이라는 꿈을 꾸다가 완벽히 실패한 뒤 안정적인 공무원의 길을 가기로 한 선형의 이야기이다. 선형이 음악을 한 이유는 경주의 목소리 때문이다. 경주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선형은 경주의 목소리에 빠진다. 내가 만든 음악을 경주의 목소리로 듣고 싶다는 목표로 살아간다. 선형의 외가에는 유독 무언가에 몰두하고 집착하는 유전자가 내려온다. 대학 친구들이 모두 취업준비를 하는데도, 눈도 돌리지 않고 음악에만 빠져 있던 선형은 결국 경주의 배신으로 현실에 돌아온다. 그런데 경주보다 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인어, 피니를 만나게 된다.

     

     

    감상~


    조예은 작가의 소설은 정말 재미있다. 음악이라는 꿈을 꾸다 포기하고 현실을 택한 캐릭터는 얼마나 현실적이고 매력있는 캐릭터인가. 그런데 이런 리얼리티 속에 인어라는 괴생명체를 추가한다. 그리고 조예은 작가 특유의 잔인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저주같은 사랑이야기가 너무 아름답고도 잔인하다.

     

    책의 첫 장부터 시체가 나온다. 이 책에서 또 얼마나 사람이 죽을지...


    그해 여름에는 폭우가 쏟아졌고 선형은 세 이름을 떠나보냈다.
    강민영, 이경주, 그리고 피니.

    한마디로 자존심 부렸다는 말이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말도 안 되는 자존심을 부릴 만큼 아직 그에게 감정의 잔여물이 남아있었다.

    이전까지 경험한 세상이 얼마나 모호하고 얄팍했는지 실감하자 즐겁기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고작 대화 한 번 해보지 않은 타인의 목소리가 사랑을 가능하게 한다고? 하지만 세상의 모든 노래를 단 한 사람의 목소리로만 듣길 바라는 마음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지?

    행복이라는 거대한 운석에 깔려 죽어가는...... 끔찍한 황홀함.
    - 사랑에 빠져버린 선형이 느끼는 감정들을 포현한 문장들이 너무 재미있다.

    그때부터 선형은 경주와 손을 맞잡고 신나게 본격적으로 주류에서 엇나갔다.

    몰입은 해방과 닮았다.
    - 선형이 무언가에 몰입하는 순간들이 너무나도 자세히도 표현되어 있어서 나도 홀리는 기분이다.

    그가 나를 가지고 논 건 아닐까?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기도 했지만 함께 사람을 모아 밴드를 만들고, 노래를 부르고, 대기업 지원을 받아 작은 공연장에 오른 모든 순간이 거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 시절엔 분명 자신도 경주도 다른 친구들도 모두 진심이었다.
    - 개인적으로 무언가를 힘껏 사랑하고 실패하는 경험은 너무 좋을 것 같다. 선형은 음악을 포기하고 공무원이 되기를 택하지만 그게 뭐, 저런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고작 시대마다 기준이 달라지는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었다. 그 존재는 모든 기준의 밖에 있었다. 애초에 아름답도록 설계된 존재였다.
    하지만 익숨함의 범주를 벗어난 아름다움은 두려움을 자아내는 법.
    인어는 아름다웠지만 같은 이유로 공포스러웠다.

    세상의 모든 노래를 단 하나의 목소리로 듣고 싶다.

    선형이 공들여 직조한 멜로디는 생명을 채 부여받기도 전에 싸늘히 굳었다. 죽은 채로 태어난 새끼 고래처럼 헤엄 한번 제대로 치지 못하고 끝났다. 허무가 선형의 열등감을 자극했다.
    - 선형은 곡을 빼앗겼다. 하지만 무엇보다 선형을 괴롭게 한 것은 그가 선형의 곡을 망춰버렸기 때문이다. 선형의 과한 집착은 자신의 음악이 완벽한 목소리의 주인을 찾지 못한다면 차라리 세상에 태어나지 않게 하고자 한다.

    그가 선뜻 밴드를 시작할 수 있었던 건 모든 것을 공평하게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 태도 때문이었다.

    아, 환상 없는 현실은 얼마나 삭막하고 지루한지.

    계속 그 노래를 들었다. 역겹고 사랑스러운 노래를.

    그는 선형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흡사 사랑에 빠진 것처럼, 어쩌면 미워하는 것처럼.

    선형은 다시 말했다. 과거에 쏟아내지 못한 분노를 전부 담아. 남은 악의와 슬픔을 샅샅이 끌어모아서.

    귀를 내주면서까지 목소리를 돌려주려는 마음이란 뭘까?
    사실 안다. 어른들은 자주 말했다. 넌 신기할 만큼 민영이와 닮았어.

    그들이 피니에게 목소리와 혀를 선물했다. 정말이지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였다.
    - 남들의 피와 살로 목소리와 혀가 생겼는데.. 선형의 감상은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란다. ㅋㅋㅋㅋ

    나는 걔가 당최 이해되지 않았는데 바로 그래서 계속 민영이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
    나 아닌 모든 존재는 결국 미지의 영역이니까.
    어차피 이해하지 못할 사람을 왜 계속 생각할까?
    어, 나 설마 걔 좋아하나 했지.

    - 나 아닌 모든 존재는 결국 미지의 영역인데.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 투성이다. 그런데도 이해되지 않는 한 사람에 대해 계속계속 생각하게 된다면, 이게 사랑이지 뭘까? 엄청난 사랑이야기를 보았다.

     

    작가의 말


    170페이지도 안되는 짧은 이야기였다. 아주 술술술 읽었다. 나도 선형이 피니에 홀린 것처럼 책에 홀려 금세 읽어버렸다. 너무 재미있고 이번엔 좀 웃기는 이야기였다. 한겨레출판에서 이런 책도 출간하는 구나. 한겨레라 조금 진지할 줄 알았는데. 리디에서도 연재했다고 하니 리디에서 연재한 것을 한겨레출판으로 출판한 게 아닐지..? 괴생명체가 나오는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냥 조예은 작가가 좋은가보다. 다 재미있어. 선형처럼 어딘가에 몰두하는 마음은 조금은 알 것 같애. 모든 조예은 작가의 글은 다 읽어내겠어.

     

     

    요번에는 책을 빨리 읽고 싶어서 후루룩 읽으면서 맘에 드는 문장이 있으면 사진을 막 찍었다. 그냥 빨리빨리 아무렇게나 찍어버리고 진도를 팍팍 나갔다. 이렇게 읽으니까 조금 빠르게 읽은 듯? 사진은 나중에 다 삭제해 버리면 되고. 흠흠.. 책을 읽는 또 다른 방법을 찾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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