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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의 마지막 독서 일기 :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완독!
    독서 일기 2024. 4. 29. 16:31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4/29_완독

    역시 젤리는 그 아이였다. 그 아이가 결국 고양이에게 온 것이다.

    "고양이는 언제나와 다름없이 자신의 곁에 있다. 그러나 이제 젤리 안에는 그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거대한 기포가 생겨 버렸다. 얇은 기포의 안쪽은 텅 비어 있어서 너무 춥다. 그 공간을 채울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이제 젤리는 고양이로 젤리 안이 채워지지 않는다.

    "알록달록한 불빛을 쫓는 젤리의 입에서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고양이는 그런 젤리의 옆에 앉아 돌아가는 회전목마를 바라봤다. 문득 이 순간이 자신의 길고 긴 삶에서 아주 오래 남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이었을지. 아름다워서 눈물이 날 것 같은 풍경이었을 것이다.

    "회전목마의 전구가 색을 바꿔 가며 깜빡였다.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그 선명한 불빛이 동공에 박힐 때마다 낯선 이미지들이 떠올라 젤리의 머릿속에서 펑펑 터졌다."

    "회전목마가 멈췄다. 고요히 내려앉은 어둠 너머로 젤리는 이후의 장면을 마주했다. 갑작스레 시작된 급류와 같은 기억은 순식간에 젤리를 집어삼켰다."

    "고양이는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생각했다.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어 다다른 끝에는 젤리의 목소리가 있었다."
    "난 너를 떠나지 않을 거야."
    "시작은 그 말이었다. 고양이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 세상은 어쩔 수 없는 것 투성이니까. 그중에서도 제일 제멋대로인 것은 마음이다. 누군가와 나눈 마음은 제 것인데도 완전한 제 것이 아니었다."

    "남은 기억을 떠안는 존재는 늘 저뿐이었다. 제 마음 하나 온전히 지킬 수 없는데, 아주 오래 살아 봐야 과연 무슨 소용인가 싶다."

    "고양이는 수많은 자신과 함께 미로를 달렸다. 그 앞에 막다른 길이 나타났다."
    - 미러랜드 안에서 달리는 고양이를 이렇게 표현하다니. 거울에 비치는 수많은 자신들.

    "고양이는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젤리가 더이상 기억을 좇지 않았으면 했다."

    "젤리는 언제부터 혼자 다닐 수 있게 되었을까. 분명 처음에는 귀찮을 정도로 붙어 있기만 했는데. 차라리 그때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물론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도 이번엔, 목소리를 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 벽돌집에서 인간들과 헤어질 때는, 고양이가 인간들과 언어가 통하지 않았다. 고양이의 말을 인간들은 알아듣지 못했다. 젤리는 알아들을 수 있어 다행이다. 이것은 이거대로 슬프지만.


    '이름 없는 친구들' 부분은 영화같다. 고양이하고 젤리가 이름이 없는 친구들이었는데, 젤리에게 이름이 생겨버렸다. 그렇게 젤리가 고양이에게 멀어지고 있다.

    "분홍색 젤리는 노을 덕에 주황색처럼 보였다. 분홍색일 때보다 훨씬 단단해 보였다."

    그렇게 핀을 돌고돌아 고양이에게 왔다.

    "맨 처음 젤리를 만났을 때처럼, 젤리의 머리를 꾹 눌러 발자국을 남겼다. 자국은 시간이 지나면 사리지겠지만, 이 기억만큼은 쉽게 사라지지 않길 바랐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은 서스펜스를 겸비한 호러소설이다. 여러 인물의 시점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사건의 전말이 조금씩 드러난다. 퍼즐 맞추듯이 빈틈이 채워지지만, 그럼에도 미스터리가 남아 있다.

    조예은 작가는 독특한 세계관을 잘 만들어 내는 작가이다. 지금까지 읽어본 책 중에 조예은 작가의 책이 가장 충격적인 것 같다. 조예은 작가의 다른 책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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