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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라] 이웃집 소시오패스의 사정 후기책 후기 2024. 8. 17. 16:52
이웃집 소시오패스의 사정
- 288p 밖에 안 되는 짧은 단편 소설 모음집.
- 전자책만 있음.
조예은 작가가 있기 때문에 선택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전반적으로 엄청 재밌지는 않았다. 정신병이라는 키워드로 만든 단편 소설들이 수록되어 있다. 나도 나름 우울감을 잘 느끼고,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나 이 책을 읽으니 나 정도면 정신이 건강한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이야기들이었다. 공감하기 너무 어려웠다. 조예은 작가의 글은 흡입력도 있고, 괴로웠지만 그렇게 즐거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1)아메이니아스의 칼_조예은
"우리는 같은 씨앗에서 시작했지만 다른 방향으로 뻗어 갔을 뿐, 결국은 한 몸이므로."
제발 본인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물론 모두 문제는 엄마로 인해 뻗어나왔지만 나이를 먹으면 이제 내 삶은 내가 살자.
"나는 언니를, 언니만을 사랑하는데 언니는 저 새끼가 마음에 든다잖아."
선희도 이상한 아이였다. 언니의 향한 선희의 마음이 정말 이상하다. 선희가 미워지는 이야기였다. 결국엔 선희는 모든 걸 다 가지고 언니를 모른 체 했구나. 사실 선희도 다 알고 있던 거였다. 쌍둥이들이 얼마나 이상한 삶을 살고 있는지.
"이 역시 우리가 이어져 있다는 증거이려나?"
2)지상의 밤_인선우
이 단편 소설은 조금 괜찮았다. 히키코모리가 주인공이라니 또 마음이 갔다. 히키코모리가 해파리가 되어 바다로 가고 싶어하는 이야기이다. 히키코모리인 수가 오래만에 집에 나오니 존재감이 희미해졌나 도둑질을 해도 아무도 모른다는 지점이 재미있었다.
"삶에서 부드럽게 미끄러져 나와 바다로 흘러가련느 이들은 전 세계 어디를 가나 있었다."
"무언가를 염원하는 마음은 결핍의 가장 정확한 증거라던데. 나는 왜 항상 무언가를 바라고 있는 걸까"
"인생은 역시 알 수 없구나. 아겨 두었던 3,000원이 버스비로 쓰일 줄이야."
"대부분의 재난 영화가 그렇듯 엑스트라들부터 속절없이 죽어 나갔다. 두 사람은 자꾸만 주연이 아닌 엑스트라들에 감정 이입을 했다."
- 나 역시 그런 사람이라 너무 공감되었다.
"두 사람은 마지못해 커튼과 대화를 시도했다."
"커튼이 말했다."
- 이런 부분이 재미있었다. 커튼 뒤에 숨은 수와 대화를 하는 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마지막일 테니 버스를 탔고, 마지막을 테니 사람들과 밥을 먹었다. 다음이 없다는 것은 가벼워지는 일이구나."
- 히키코모리인 수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평소에 하지 못했던 일을 하게 되었다.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회피형 인간들은 한 번쯤 무언가를 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 생각보다 별거 아니니까.
"반쯤의 인간, 반쯤의 해파리."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 수는 자신을 살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강은 수의 약지에 끼인 반지를 가볍게 두드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반지의 주인은 수의 아버지. 수가 다시 살고 싶게 만드는 사람은 아버지일 수도 있지. 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참나, 수한테 한 말인데 내가 위로를 받아버렸다.
"그러나 만복팬션의 세 사람에게 해파리 빛은 멸망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들은 빛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멸망이 아닌 새로운 삶을 꿈꿨다."
- 누군가는 해파리로 인해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세 사람은 해파리를 보며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되었다. 이런 아이러니를 나는 사랑한다.
"지상에서의 마지막 밤이네요."
"그 순간 강은 발소리 주인의 결심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오랜 기울어짐 끝에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이의 마음."
"곤란한 상황에서는 도망치기라는 옵션이 뜨고, 메시지 답장은 오래 걸리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은 욕망 또한 갖고 있다."
"사실 자기 자신으로부터 가장 도망치고 싶어 한다는 것."
- 회피형 인간으로서 너무 공감되었잖아.. <지상의 밤>이라는 영화가 있단다. 짐 자무쉬의 영화.
3) 레지던시_리단
레지던시라는 개념을 처음 알았다. 한 달정도의 시간 동안 숙소를 배정받아서 글만 쓸 수 있다니. 난 너무 재밌을 것 같은데. 근데 또 한 달 내내 글만 쓰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 방에서 들린 소음은 무엇일까. 난 또 주인공이 조현병인 줄 알았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다 정신병을 앓고 있으니까. 그런데 이이유씨한테도 그 소리가 들린다니.
"나는 죽고 싶었는데, 그게 내 인생에서 처음 든 생각이 아니라 언제나, 항상, 가만히 있으면 내게 침입하는 마음이었기 때문에 안일하게 굴었다."
"그러니까 누군가에겐 인생이 신산하고, 누군가에겐 인생이 호기심의 연속인 것을 알았을 때, 그리고 자신은 전자에 속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을 때 드는 마음이어서 나는 정중히 거절했지만 다시 한번 권유받았다."
4) 안뜰에 봄_정지음
재미있게 몰입해서 읽긴 했는데, 주인공이 너무 행동을 안해서 보기 힘들었다. 드라마 주인공과 소설 속 주인공의 차이겠지. 이렇게 행동을 안 하다니.. 보면서 너무 답답하고, 뭐 이렇게 당하기만 하는지.. 준희도 왜 안리를 좋아하는지 이해가 하나두 안 되네.. 이 소설도 리디북스에 있을 법한 웹소설 느낌이다.
"이것이야말로 거짓말만 치는 사람들의 맹점이었다. 그들은 거짓말이 자신에게만 허용된 특권인 줄 안다. 거짓말이란 이렇게나 공평한 재화인데도."
5) 없는 사람_전건우
"설득보다 속이는 게 쉽고, 속이는 것보다 죽이는 게 더 편하다."
"소설이란 자기 경험 안에서 썼을 때 생동감을 띠게 되니까."
"뉴스에서 소재를 얻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한참을 더 떠들었다. 그 방법을 가르쳐 준 게 나라는 사실은 까맣게 잊은 모양이었다."
"소설은 자기의 과시욕을 채우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다."
"역시 소설보다 현실이 더 아이러니하다. 이러니 소설가가 가난할 수 밖에."
뒷 이야기가 궁금하고, 스릴러 느낌까지 있기는 했지만 반전이 조금 예상이 쉽게 되었다.
나름 재미있게 읽었는데, 갑자기 주변에 사이코패스가 없다면 당신이 사이코패스가 아닐까요라는 작가의 말을 읽으니 조커가 생각났다. 조커에 과몰입하던 남자들.. 혹시 몰라서 이야기하지만 당신은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매우 평범한 인간이다. 자신이 남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지 마시길.. 평범한 것은 아주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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