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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대부분 한심하고 가끔 사랑스럽지만 잘 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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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설공주> : 구전동화의 각색은 이렇게
    영화 후기 2025. 3. 23. 22:34

     

    <백설공주>를 보고 왔다. 점점 기술이 발달해서 실사화 보는 재미가 커지고 있는 것 같다. 말도 안되는 인종차별로 욕 먹는 영화들은 직접 영화관에 가서 봐줘야 한다. 결론적으로는 재미있게 잘 보고 왔다. 그리고 영화관에 애기들도 많아서 너무 귀여웠어.

     

    솔직히 나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애니메이션 원작이 잘 기억이 안난다. 너무 어렸고, 자주 보긴 했는데 별로 안 좋아하는 거라 집중있게 안 본 거 같애. 그래서 그런지 노래도 다 처음 듣는 거 같았다. 원래 우물에서 노래 부르는 거 있지 않나? 그게 빠진 것 같다. 그리고 난쟁이들이 부르는 하이호!는 너무 신났다. 동물들부터 난쟁이들까지 진짜 너무 잘 만들었다. 애니메이션이랑 똑같이 생겼어. 나는 어렸을 때부터 심술이 난쟁이가 제일 좋았다. 이상하게 애니메이션을 보면 나는 항상 이런 심술쟁이 캐릭터한테 제일 마음이 가고 좋았어. 동물들도 다 살아 움직이는 거 같고 귀엽고.. 역시 돈 많은 디즈니는 다르군. 무엇보다 지금 이 시대에 맞게 각색을 잘 한 거 같다. 디즈니는 계속해서 현실적으로 발전해가는 것 같다.

     

     

    [재미있는 각색 포인트]

     

    1. 백마 탄 왕자가 아니라 도적

    백설공주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는 백마 탄 왕자가 아니라 도적이다. 여왕이 나라를 통치하면서 백성들은 굶주리고 사람들은 이기적으로 변해간다. 도적떼가 등장하고 그 중에서 대장이 백설공주와 계속 부딪힌다. 그리고 이 대장의 대사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백마 탄 왕자라도 기다리느냐고. 초반에는 백설공주가 혼자서 현재의 문제를 타개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때문에 백마 탄 왕자가 아니라 오히려 아버지인 왕을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아버지는 돌아가셨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이 직접 해결해야 겠다고 나선다.

     

    백마 탄 왕자의 도움 없이 친절함으로 사귄 친구들과 함께 맞서 싸우는 각색이 좋았다. 판타지 장르라고 해도 아무 능력이 없는 백설공주가 어떻게 마법을 쓰는 여왕과 맞서 싸울지는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영화에서 계속해서 반복되어 나오는 공정함과 베푸는 마음으로 이겨낸다. 백설공주의 부모님은 담대함, 공정함, 용기, 진실을 중요시 여기라고 가르쳤다. 때문에 백설공주는 백성들이 굶지 않기를, 백성들이 행복한 왕국을 만들어 가기를 꿈꾼다. 그리고 아버지는 사람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쳤다. 덕분에 백설공주는 위기의 순간에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군사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위기를 극복한다. 결국에는 여왕의 통치가 잘못되었고 아버지의 가르침이 맞았다.

     

    그리고 원작의 왕자가 의식이 없는 백설공주에게 키스를 하는 것이 이제는 이상한 세상이지 않은가? <백설공주>에서는 각색을 해서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잠이 든 백설공주를 사랑하는 사람이 키스를 해야지 깨어난다는 설정이 넣었다. 원래도 이런 설정인지는 모르겠는데.. 두 사람의 여왕이 군대를 피해 서로를 구해주며 여러 위기를 같이 겪고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고 나서, 백설공주가 독사과를 먹고 잠에 든다. 그리고 남자가 백설공주를 찾아와 키스를 하고 백설공주는 깨어난다. 이런 러브스토리가 더 좋지 않나. 둘이 사랑하는 마음을 싹트고 그 다음에 남자가 키스를 해서 백설공주를 깨우는 스토리가 더 자연스럽고 좋았다.

     

    2. 외면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

    여왕의 유명한 대사인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답니?"는 도저히 바꿀 수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이런 대사는 살리고 외모에 집착하는 빌런 캐릭터도 그대로이다. 그러나 거울은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외면의 아름다움은 여왕이 가장 아름다울지 몰라도, 내면의 아름다움으로는 백설공주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그래서 세상에서 백설공주가 가장 아름답다고. 이런 대사는 현실에도 들어맞는 이야기가 아닐까. 외면의 아름다움의 무용성에 대해서 <서브스턴스>도 그렇고, 많은 영화가 이제는 말하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백설공주는 하얀 피부를 가진 인물이 연기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바로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외면의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것이 얼마나 무용한지.

     

     

    엄마가 나한테 해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엄마가 어렸을 때 <완두콩 공주>라는 동화책을 잃고 충격을 받았었다고 한다. 이 동화책에서는 공주 구별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테스트는 간단한다. 콩 하나를 몰래 바닥에 냅두고 그 위에 이불을 여러 겹을 쌓아놓고 그 위에서 하룻밤을 자게 한다. 그리고 다음날 잘 잤냐고 물어봤을 때 불편해서 잠을 못 잤다고 말하는 사람만이 공주란다. 엄마는 어렸을 때 이 책을 읽고 나는 아무데서나 잘 자는데 나는 공주가 되지 못하지 않을까 좌절했다고 한다. 어쩌면 이런 동화책이 더 동심을 파괴하는 내용이지 않을까? 흰 피부에 검정색 머리카락, 붉은 색 입술만이 아름다운 외모라고 말하는 동화책이 더 아이들의 동심에 좋지 않은 내용이지 않을까?

     

     

    디즈니가 현실에 맞춰서 한 발짝씩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응원한다. 내가 볼 때 디즈니에서 주인공하기에는 인종은 중요하지 않다. 영어가 가능하냐가 가장 큰 것 같은데. 뭐 노래 잘하고 연기도 잘해야 겠지만. 그런데 진짜 백설공주가 노래를 너무 잘하고, 연기를 너무 잘하더라. 보통 잘하는 게 아니고, 너무너무 잘함. 하지만, 디즈니에게 바라는 것은 하나 있다. 이제는 태어나자마자 공주라는 신분제가 이쉽다. 요즘 같은 시대에 착한 공주보다는 신분제가 아닌 세상이 더 좋다. 태어났을 때부터 가지고 있는 신분 말고 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면 좋겠다.

     

    또 재미있는 것은 디즈니는 원래 메세지가 확실하지 않은가? 동화책처럼 교훈이 확실한 이야기. 권선징악. 이번 영화에서는 계속해서 이기적으로 살지 말고, 서로 베푸며 살아가자는 이야기가 반복되어 등장했다. 여왕이 사라지는 아름다움인 꽃보다는 영원한 아름다운인 보석에 집착하는 인물로 나온다. 이게,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영화처럼 느껴졌다. 백설공주가 사람들이 굶지 않게 나누며 살아가자고 말할 때는 완전 마르크스인데?! 이러면서 봤다. 이렇게까지 자본주의를 까도 되나 싶었다니까. 그래서 너무 웃겼다. 백설공주가 너무 마르크스주의! 나만 이렇게 본 거겠지? 어린 친구들은 이기적으로 살지 말고, 베풀며 살자는 좋은 교훈을 받고 영화관을 나왔다면 그것만으로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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