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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 이민경
    책 후기 2019. 7. 11. 22:58

     얇고 쉽게 읽기 좋은 책이다. 무엇보다 책이 재미있어서 금방 읽었다. 좋았던 부분도 기억해 두려고 한 부분도 많았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서 언젠가는 읽어야지 정도로 넘기고 있었는데 딱 필요한 책이었다. 제목 그대로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페미니즘을 접하고 여성 혐오에 관심을 가지고 성차별에 대하여 지적하고 싶은 우리는 사실 말문이 막히고는 한다. 그건 여성 혐오야.라고 말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한 것 같고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하면 개인적인 경험으로 치부당할 위험이 있다. 이에 대하여 페미니즘은 접하고 여성 혐오가 무엇인지 알아버린 우리의 입을 트게 해주는 책이다.

     여성학 수업을 들으면 공기부터 다르다. 여성학 수업이 아니더라도 수업시간에 그저 페미니즘에 대한 언급만 있어도 살벌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오히려 남성들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페미니즘을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공격하고 싶어 한다. 책은 이를 알고 있다. 분명히 책에도 작가에도 딴지를 걸 것이다. 래퍼 산이씨가 그런 것처럼. 이에 남성들도 읽을 것임을 알고 글이 쓰여 있다. 전혀 친절하지 않다. 솔직하고 명료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부분이 매우 재미있다.

     

     우리는 여러 가지 상황에 처한다. 먼저 여성혐오에 대하여 지적할 때 표현의 자유라고 말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표현의 자유는 당신의 존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만 보장"된다. 여성혐오를 내포하는 표현은 여성을 억압하고 차별하고 침해하는 표현이다. "상대에게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자유'란 없습니다." 그것을 왜 본인이 정할까. 

     

     페미니즘은 싫지만 가부장제도 싫다고 말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이럴 때는 하나만 하라고 정확하게 이야기해준다. "이 사회의 기본값이 불평등이므로, 당신의 출발점은 평등이 아닙니다. 당연히, 태어난 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기본값에 머뭅니다. 가만있는 내가 억울하게 차별주의자라는 오명을 쓴 게 아닙니다." 지금 이 시대에 자신이 가부장제를 지지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가부장제는 싫다는 이유로 성평등주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에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가부장제에 반기를 든 게 아니라면 남성은 '김치녀'와 더치페이를 할 수 없습니다. 남성의 돈으로 사치를 하는 여성은 가부장제의 가공물이자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책은 말한다.

     

     군대 이야기도 아주 재미있다. 페미니즘에 반기를 드는 남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주제는 군대이다. 여성이 겪는 불편함은 생리, 피임, 임신, 성폭력 위험, 스토킹 위험, 불법 촬영 등 매우 넘치는데 말이다. 군대에 대한 이야기는 직접 책으로 읽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의견을 이야기하자면 군대란 한국사회의 정상성에 드는 것을 의미한다. 비장애인이고 이성애자인 남성이 갈 수 있다. 무엇보다 재생산권 능력이 있어야 갈 수 있다. 필자도 군대를 안 가서 정확한 기준은 모르지만 문신이 많거나 고환 결손, 무정자증은 군대를 가지 않거나 공익으로 간다고 들었다. 문신은 한국사회의 꼰대스러움이 잘 보이는 부분(하지만 문신 많은 연예인 몇 명은 군대를 갔다.)이고 이 재생산능력을 따진다는 것도 어이없고 재미있는 부분이다. 저런 거 없이도 총은 들 수 있다. 체력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우리 한국사회는 남성의 성기를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여성은 열등하다고 생각하나 보다. 그거 없이도 살 수 있다. 그래서 여성도 의무적으로 가야 할 필요는 없다. 남성동성애자는 견디기 힘든 곳이다. 군대란 여성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는 현역으로 군대를 간 남성(축하한다. 한국사회의 인간들이다.)들이 생각하면 더 잘 알 것이다. 남성 중심 군대에는 여성이란 존재는 철저히 대상화되어 있다. 상품이다. 위문공연에서 노출이 많은 여성 아이돌의 모습을 보며 즐기고는 한다. 일단 여성도 군대를 가라고 말할 때 위문공연도 없애자고 말하는 통일성을 보이자. 위문이라는 단어부터 더럽다. 매우 유성애적이고 이성애적인 사고방식이 깔려 있다. 이밖에도 여성을 향한 수많은 성희롱, 음담패설은 그저 장난이라고 치부될 것이다.

     

     책에 다양한 팁들이 있고 이는 읽어야지 더욱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쉬울 것이다. 책이 얇으니까 사 놓고 답답할 때마다 읽으면서 기억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기다 모두 옮겨 적을 수는 없고 꼭 당부했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 굳이 친절하게 모든 걸 설명할 필요는 없다. 아니다 싶으면 대화를 종료하자.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줄 필요는 없다. 궁금한 본인이 직접 검색하고 책을 읽고 영상을 보면 된다. 그리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책, 쉬운 책(이 책도 쉬운 책이다. 물론 페미니즘을 접했지만 이런 주제로 대화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좋을 것이다.), 좋은 영화와 영상들이 존재한다. 여성이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무엇이 이상한지 금방 알 수 있다.

     또 자신의 경험을 쉽게 이야기하지 말자. 흔히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다. "너만 그런 거 아니야?" 개인의 경험으로 치부하는 것은 참 힘 빠지게 하고 경험을 이야기한 사람은 상처 받기 마련이다. 그리고 흔히 페미니즘에 대하여 열변을 토하면 들을 수 있는 말을 오히려 우리가 해버리자고 말한다. 예를 들면 "왜 이렇게 감정적이야? 차분하게 이야기해."라고 먼저 가로채 버린다. 여성은 감정적인 동물로 흔히들 오해받지만 여성들이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고 오히려 페미니즘이 싫어서 환장한 이들에게 너무 감정적이라고 말해버리자. 그리고 되묻기 방법도 매우 좋다. 에너지를 너무 소모하지 말고 그들의 이야기를 계속 되묻는 것이다. 근거가 매우 빈약하면 되묻기 방법으로도 그들만 에너지가 빠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여성은 감정적이다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면 그러한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어보자. 과학적인 근거가 있나, 근거는 믿을만한 것인가, 내가 볼 때는 네가 더 감정적이다라고 말하자.

     

     "저는 곧 당신이니까요."

     페미니즘 책을 읽을 때면 이런 문장이 자주 등장한다. 다양한 문장구성으로 같은 의미로 존재한다. 책을 읽을 때마다 공감받고 응원도 받는 느낌이 든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는 언어를 가지자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목소리를 내자고 말한다. 답답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받아치는 다양한 팁도 얻을 수 있지만 목소리를 내자고 이야기 한다. 목소리를 내고 언어를 갖자고 적어도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입을 막지 말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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