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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칵테일, 러브, 좀비> 중 최애 소설은
    책 후기 2023. 7. 19. 16:11

    <칵테일, 러브, 좀비>는 트위터에서 꽤 핫한 소설이고, 또 여러 사람이 재미있다고 말한 소설이었다. 여성 작가가 가부장을 꼬집는 유쾌한 소설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냥 그 정도의 첫인상? 언젠가 읽어볼까. 생각만 했다. 난 좀비도 좋고 이왕이면 여성 작가의 책을 많이 읽고 싶어서. 그런데 카카오페이지에서 꽤 낮은 가격으로 올라와 있더라고 171쪽밖에 안 되거든. 가지고 있는 포인트가 별로 없어서 이거 사기에 딱 이라서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그리고 그냥 지하철 탔을 때 할 거 없으면 읽었다. 지하철에서 트위터는 못하겠거든. 또 어려운 책은 읽기 싫고 간단하고 쉬운 책 읽고 싶을 때 읽기 딱 좋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생각보다 그렇게 재미있다고 생각 안했다. 아.. 이 작가 책 안 읽어야지 했다. 글이 다 너무 충격적이고 이상해서. 첫 번째 읽고 두 번째 읽을 때 되게 오래 걸렸다. 두 번째 소셜은 살짝 지루했다. 그런데 세 번째가 드디어 이 책의 제목인 <칵테일, 러브, 좀비>잖아. 읽어야지. 그런데 꽤 재미있는겨. 그리고 마지막 소설 읽고 미치는 줄... 너무 재미있잖아!

    첫 번째 소설, <초대>

    처음에는 주인공이 결말에 충격적인 선택을 해서 당황스러웠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 싶었거든. 그래서 안 좋게 생각하고 넘겼는데 다시 찬찬히 읽어보니 되게 잘 쓴 이야기이다.

    <초대>는 미스터리하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이다. 목 안에 가시가 있다고 느끼는 채원이는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묘하게 불편하다. 그 와중에 어떤 여자가 자꾸 자신의 주변을 멤도는 것 같은데...

    가시는 억압적인 우리 사회를 보여준다. 가부장적인 사회나 폭력적인 상황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을 목 안의 가시로 보여준다. 나는 불편하지만, 모두가 나에게 예민하다고 말하는 상황은 가시가 목에 없다고 말하는 주변 사람들로 보여준다. 부모나 어른들이 아이에게 좋은 말로 포장해서 회를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폭력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이 행동이 폭력적이라고 느끼는 것은 어린 아이인 채원이 뿐이다. 이때 채원은 목에 가시가 박힌다. 이것이 현실의 불편함을 가시로 보여주는 것이고. 모두가 채원이에게 가시는 없다고 말한다. 부모도 어른도 병원에서도. 이 소설에는 온갖 가스라이팅이 다 나온다. 이것은 불편한 사람을 예민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것을 보여준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남자친구도 좋은 말로 포장해 채원의 하나하나를 검열한다. 신체적인 특징이 어떠하니 어떤 옷을 입어라라는 식으로. 연인 간 가스라이팅이 궁금하다면 이 소설을 읽으면 된다. 남자친구는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채원이를 옭아맨다. 채원은 자신의 몸을 사랑할 수 없게 되고 남자친구의 말을 따르게 된다. 가부장적인 사회는 목 안의 가시처럼 불편하고 항상 신경 쓰인다. 이 작은 가시 하나가 나의 행동을 묶지만 모두가 나서서 가시는 없다고 말한다. 이 소설은 억압적인 사회를 가시로 은유하였다. 이 은유가 좋았다. 가시라니. 여성작가의 매력이 이거다. 불편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을 짚어주고 불편하다고 말한다.

     

    두 번째 소설, <습지의 사랑>

    소재가 매우 특이했다. 물귀신과 숲속 귀신의 이야기. 하지만 도대체 이 작가는 왜 이렇게 사람을 죽일까? 나는 그래도 사람을 죽이는 건 좀 불편한가 보다. 어쨌든 이 소설은 과도한 건설 업체들의 생태계 파괴를 비판하는 이야기이다. 사람들이 산을 깎고 무언가를 짓고 하는 게 어쩌면 누군가의 사랑을 방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편집자의 말이 인상 깊다.

    세 번째 소설, <칵테일, 러브, 좀비>


    여기에 러브는 왜 들어갔을까? 뱀술을 먹고 좀비가 된다는 재미있는 소재를 가지고 있다. 뱀술을 칵테일이라고 볼 수 있나? 어쨌든 흔하고 짜증나는 한국 아빠의 모습이 많이 나온다. 이 가부장적이고 생각 없는 아버지께서는 좀비까지 되어서 엄마와 딸을 고생시킨다. 문제는 그래도 가족이라고 아빠를 죽일 수 없는 것이다. 당연하지. 아무리 좀비여도 사람이었는데,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는데 죽이는 게 쉽겠냐. 난 이렇게 갈등하는 게 더 이해되는데. 앞에 두 소설처럼 그냥 죽여버리는 것보다.

    여기의 좀비는 꽤 현실적이다. 좀비로 변하자마자 사람을 물지 않고 조금씩 썩어간다. 갑자기 괴력이 생기고 좀비인데도 뛰어 다니는 것보다 이런 과정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스펙타클한 좀비 이야기는 아니다. 딸이 부모에게 가진 마음이 정말 공감되었다.“앞에서는 적당히 웃었고, 그들이 주는 돈으로 생활하고, 대학을 다녔다.” “주연은 그들이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래서 때때로 자신조차 싫어졌다. 결국 그 모든 증오의 밑바닥에 깔린 건 애정이었다.” “증오 없이 사랑만 하는 가족 따위는 텔레비전에나 나오는 거 아닌가? 그런 건 다 가식이다. 적당한 가식이 세상을 유지시킨다는 걸 안다.” 한국에 너무 많은 가족의 모습이라 나도 너무 공감되어서 조금은 읽기 힘들었다. 아빠가 너무 싫지만 주연은 아빠를 닮았다. 많은 딸들이 아빠를 미워하지만, 사실 많이 닮았을 것이다.

    “무서워, 주연아. 저 막돼먹은 인간 없이 사는 게.”
    엄마들의 마음이 딱 이럴 것 같다. 나도 공감되는 말이다.

    “네가 살아야 끝나.”
    주연보다 엄마가 더 강단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 이 소설의 큰 재미이다. 참지 않는 아이보다 참고 살았던 엄마가 더 강해서 좋았다.


    네 번째 소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소설집에서 가장 좋았던 단편소설이다. 보통 좋은 이야기를 단편소설집 첫 번째 이야기로 두지 않나? 사람들이 책을 거의 끝까지 못 읽잖아. 근데 이 소설집은 뭐랄까. 점점 소설이 재미있다. 첫 번째 보다 두 번째, 두 번째보다 세 번째. 마지막 네 번째가 정말 재미있다.

    간단하게 이야기를 설명하자면, 인생의 큰 사건을 겪을 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3번의 기회가 주어지고 어떤 남자와 어떤 여자가 총 3번의 기회를 쓰는 이야기다. 솔직히 아예 내용을 모르는 체, 소설을 읽으면 좋겠다. 처음 읽을 때의 그 충격을 제대로 느낄려면.

    너무 충격적이어서 한 번 읽으면 계속 읽게 되는 이야기였다. 지하철에서 읽을 때는 지금이 어느 정거장인지 확인도 못할 만큼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진짜 미친 내용... 정말 완벽한 소설이다. 인과관계가 완벽하고 모든 선택이 나비효과가 된다. 어떻게 이렇게 완벽한 구성으로 이야기를 만들지? 하나도 스포할 수가 없다. 다들 꼭 봐야 한다. 결말까지 계속 놀랬고 하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아이의 이름. 아이의 얼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후반부는 정말 슬펐다. 울컥하더라.

     

     

    "아마 지금 다시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나는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찬석을 만난 순간, 그가 나를 세영아, 라고 불렀던 순간부터 그럴 수밖에 없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과거의 나를 증오한다."

     

    "그리고 그 옆에는 내가 사 왔던 두 개의 초밥 상자 중 하나가 깨끗이 비워진 채로 놓여 있었다. 마음에 작은 빛이 들었다."

     

    “그래도 다행이야. 이게 마지막이에요.”

     

    “생각, 생각, 생각”

     

    "가끔씩 아무 목소리도 낼 수 없는 날들이 있었지만 고향에서의 나날들은 대체로 평화롭고, 안정적이었다."


    “나는 태어나지 않겠지만, 그것이 바로 내가 바라는 것이었다.”


    “살면서 한 번이라도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한 적이 있던가. 내 모든 선택은 후회의 연속이었고 이번 역시 그랬다.”

     

    "남자의 눈동자가 우리를 향했다. 남자의 시선이 너무나도 슬퍼서, 나는 그것을 일부러 외면하고는 찬석을 와락 껴안았다."

     

    "수없이 죽이려 했고 실제로 죽였던 끔찍한 존재인데, 나는 그가 눈을 감은 것이 너무도 가슴 아파서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나는 이제 과도, 초밥, 작은 별, 생각.. 이런 단어만 봐도 마음이 아플 것 같다. KBS 드라마 스페셜 단막극으로 나온다는데 너무 기대된다. 꼭 봐야지. 웨이브에는 이미 올라왔다는데.. 내가 웨이브는 안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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