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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지는 건 여자들뿐이거든요> 1
    책 후기 2024. 1. 13. 17:35


    1. 산책_강화길

    강화길 작가는 내가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 작가이다. <산책>이 처음 읽어보는 단편인데 좋았다. 강화길 작가의 <화이트 호스>는 제목이 익숙한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 겠다. 화자가 자꾸 바뀌고 딸이 엄마를 영소씨라고 부르고, 자꾸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말이 반복해서 나와서 많이 헷갈렸다. 때문에 다시 앞으로 돌아가며 읽곤 했다. 한국소설들은 가끔은 화자를 내 멋대로 생각하다가 나중에 화자가 누군지를 알게 되면,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읽게 되곤한다. 화자의 성별이나 나이를 내멋대로 생각해버려서 화자가 누군지 알면 감상이 달라지기도 한다.

    종숙 언니와 영소씨는 친구이고 영소씨의 딸이 가끔 화자로 등장한다. 또 시점은 관찰자 시점으로 바뀌기도 한다. 영소씨의 딸은 지난 해 가을에 죽었다. 하지만 시점도 자주 바뀌므로 조금 주의깊게 봐야 한다.

    "왜 나는 이 모든 것들을 굳이 기억하는 것일까. 계속 되풀이해 말하는 것일까. 왜 잊지 못하는 것일까. 왜. 어째서."

    "어째서, 세월이 아무리 지나고, 이렇게 나이를 먹어도 무감해질 수 없는 걸까. 상처를 받는 일은 끊임없이 생기는 걸까."

    종숙 언니와 종숙 언니의 엄마 / 종숙 언니와 딸 / 영소씨와 나 이렇게 세 모녀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자세하지 않지만, 엄마와 딸이 서로에게 어떤 마음일지는 알 것 같다. 사랑하지만 미워하는 사이, 딸보다 본인이 특별한 대접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한 엄마, 엄마를 미워하지만 엄마를 너무 닮아버린 딸, 미워하지만 결국 돌고 돌아 다시 같이 살게되는 사이. 많은 모녀 관게가 이럴 것이다.

     

     

    2. 이전의 여자, 이후의 여자_손보미

    손보미 작가 이름이 익숙해서 찾아보니, <현남 오빠에게>에서 <이방인>을 쓴 작가이다. 이거 말고는 작가의 글을 읽은 것이 없네. 솔직히 <현남 오빠에게>는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를 두고 여성 작가들이 단편 소설을 써서 모아놓은 책인데, 이 작가는 페미니즘이란 주제가 좀 버거웠던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조금 아쉬웠었다. <멜랑콜리 해피엔딩>이랑 <디어 랄프 로렌>은 궁금하다.

    소설이 묘사를 매우 잘했다. 머릿속에 이미지가 잘 그려진다. 집주인은 2층에는 못 올라가게 하는데 <폭풍의 언덕> 책도 생각나고 저택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장화, 홍련> 영화도 생각난다. 숲 속 서양느낌의 외딴 저택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화자가 입주 교사로 이 집에 들어오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몰입도가 장난 아니다. 공포 영화같다고 생각하면서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었다. 소설 책 중에서 공포 소설은 읽어본 적이 없어서 처음 느껴보는 긴장감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사람을 깜짝 놀래키지는 않는데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다음이야기가 궁금하다. 그래서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이거 영화로 만들면 딱이다! 하는 순간 꿈에서 반복되던 살덩어리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이거 영화로 할 수 있을까? 조금 힘들것 같다..ㅋㅋㅋㅋ 그리고 끝까지 다 읽었는데 제목은 이해되지만 사실 무슨 이야기인지.. 어렵다. 하지만 작가의 다른 책들이 궁금해졌다.

     

     


    3. 단영_임솔아

    임솔아 작가이다. <최선의 삶>의 그 작가. 아주 걱정하면서 읽었다. 그런데 예상 외로 평범한 이야기였다. 절이 배경이네. 능원은 어디로 간 걸까. 아무래도 효정이 그런 거겠지? 그런데 제목이 왜 <단영>일까? 효정도 아니고, 아란도 아니고.

    "나뭇잎의 앞면과 뒷면의 색감 차이가 나뭇잎을 반짝이게 했다. 이 반짝거림을 좇다 보면, 바람의 동선을 읽을 수 있었다. 바람과 함게 눈동자로 숲을 타고 다녔다."

    "기다려. 바람이 불 때만 알아볼 수 있어."

    "어쩌다 여기에 오게 되었는지에서부터 시작된 내밀한 대화는 온갖 상처들을 전시회처럼 방 안에 펼쳐놓는 대장정으로 이어졌다."

    "밝은 어둠 속에서 조와 주의 눈동자는 어두워졌다. 어두웠으므로 더 빛이 났다."

     

     


    4. 삼각지붕 아래 여자_지혜

    아예 모르는 작가이다. 소개글도 되게 짧네. 이름도 너무 흔하고 지혜롭다의 지혜라 검색해도 뭐가 안 나오네..

    "심지어 그 두서없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곳을 아주 잘 아는 사람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 이야기 속에 오랫동안 내가 있던 것처럼."

    "오카네가 아루노?"는 돈이 있냐고 물어보는 거란다.

    "창아리"는 창자의 사투리란다. 그러니까 창아리 어신은 창자 없는... 이라는 어마무시한 뜻이다.

    이것도 공포이야기같은데..

    "칠영천에 혼자 갈 생각을 한 건 순전히 복수심 때문이었다. 무언가를 해치고싶은 마음. 그게 나라도 상관없다는 오기."

    세상에 천장 위에 뭐가 있나 그렇게 궁금했는데... 이럴수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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