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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형 작가의 <붕대 감기>를 읽고 든 여러가지 생각들.
    책 후기 2024. 4. 28. 18:36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읽고 이은형 작가의 글이 너무 궁금해서, 읽어보았다. 이은형 작가의 책은 처음 읽어 보았다. 책이 많이 얇기도 하고, 카카오페이지에서 오디오북으로 듣다 보니 빠르게 읽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카카오페이지의 캡쳐를 아주 쏠쏠하게 이용해 보았다.

     

    공감도 되고, 괜히 위로도 된 말이었다. 우리는 나이가 많은 사람을 구시대적이고 옛날 사람이라고 무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말에 많은 위로를 받게 된다. 왜냐 하면, 내가 지금 겪은 어려움을 다 껶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 말을 한 사람이 화자가 존경하기도 하면서 실망도 하게 만든 선배가 한 말이라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책은 각자의 시점으로 짧은 이야기가 나열되어 있다. <피프티 피플>이 생각나는 구조이기도 했다. <붕대 감기>는 여성 캐릭터만 등장하고, 페미니즘 이야기가 많았다. 각자의 자리에서 비혼/기혼, 혹은 각자의 세대에서 청소년/중장년 등에서 페미니즘에 대하여 고민하고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나는 트위터를 많이 하다 보니, 페미니스트 여성들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런데 여성들이 성차별주의자와 싸우기 보다는 같은 여성끼리 싸우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의 작가는 여성끼리 싸우지 말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같이 잘 지내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랑하는 딸, 너는 네가 되렴. 너는 분명히 아주 강하고 당당하고 용감한 사람이 될 거고 엄마는 온 힘을 다해 그걸 응원해줄 거란다. 하지만 엄마는 네가 약한 여자를, 너만큼 당당하지 못한 여자를, 외로움을 자주 느끼는 여자를, 겁이 많고 감정이 풍부해서 자주 우는 여자를,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를, 결점이 많고 가끔씩 잘못된 선택을 하는 여자를, 그저 평범한 여자를 그런 이유들로 인해 미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네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나도 나는 너를 변함없이 사랑할 거란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10대의 여성 청소년들이 탈코를 하고 분노에 차서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었다. 그들이 하는 말이 생각난다. "따라올 사람은 따라오겠지." 나도 한동안은 페미니즘을 하루종일 생각하고, 책을 찾아읽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화가 많이 났던 것 같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며 생각이 바뀌고, 여러 책을 읽고, 삶의 가치관이 조금 변했다. <신경끄기의 기술>이 큰 영향을 끼쳤다. 나는 내가 꼭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정답은 없고, 다들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죽을 때까지 고민을 하는 것이다. 그저 실수도 하고, 실패도 하면서 하나하나 겪고 조금씩 옳은 방향으로 조금씩 옮겨갈 뿐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여성들이 괴로운 이유는 이 노선이 맞는데, 다른 여성들이 다른 길을 겪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각자의 방식과 각자의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다 겪고 힘들어 봤기 때문에 답답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어릴 때 부모님이나 어른들의 말을 들었나? 사건의 당사자들은 어떠한 말도 들려오지 않고 바보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시행착오로 직접 체감하며 배우는 점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타인은 절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내 마음대로 하고 싶어하니까 내가 괴로운 것이다. 조금은 이기적이게 내 정신건강을 위하여 마음을 덜 쓰기도 해야 되는 것 같다.

     

     

    세연과 진경의 이야기는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사실 내가 요즘 내 친구와 느끼는 감정이 이와 비슷했다. 친구는 가끔 나한테 투정을 부리듯 말을 할 때가 있다. 나는 친구가 정말 잘 지냈으면 좋겠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또 <신경쓰기의 기술>을 읽어버려서, 자기계발서에 도취되어서 인생의 답을 막 알려주고 싶었다. 친구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오래만에 만난 친구였다. 세연과 진경이처럼, 오랜 시간이 흘러서 다시 만났는데, 우리는 서로 너무 달라져 있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답을 주어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친구를 보며 마음이 답답했다. 그때 다행히도 이 책을 읽었다. 나는 참 운이 좋겠도 마음이 힘들 때는 책을 읽으면 된다. 그러면 참 놀랍게도 딱 내가 하고 있던 고민에 대한 답을 책이 알려준다. <붕대 감기>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소수자들끼리의 싸움이 생각났다. 많이 가진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작은 것들을 나눠 가진 소수자들끼리만 싸우는 현실이 생각났다

     

     

    여성들끼리 서로에게 더 실망하고, 상처를 받는 이유가 있다. 서로에게 더 기대를 하기 때문이다. 남성들에게는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여성을 더 미워하게 된다. 이는 트위터만 봐도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이다. 아마 트위터 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보면 아주 많이 뜨끔할 것 같다. 특히, 트위터에서 하는 욕들을 책에서 보게 되니 너무 당황스러웠다. 미러링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알지만, 나는 그런 용어들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지는 않다. 사실 트위터에서도 하고 싶지는 않다.

     

     

    진경과 세연의 우정이 좋았다. 결국에는 서로가 바보 같아도, 편협하다하여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성들이 서로에게 기대하고 실망하더라도 너무 쉽게 인연을 끊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책이 엄청나게 재미있지는 않았고, 이야기의 구성 방식도 많이 헷갈려서 여러번 다시 읽어야 되기도 했다. 그리고 책을 마냥 공감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에겐 허용되지 않는 여성들이 있기는 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나만의 가치관에 벗어난 사람은 여성도 있고, 남성도 있다. 하지만 내 주변에 있는 여성들을 미워하고 계몽시키고 싶지는 않다. 그저 다르게 같이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은 공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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