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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게 무해한 사람 / 최은영 / 단편 소설 / 여성 작가 / 여성 서사 - 1
    책 후기 2019. 7. 19. 23:10

    <이런 분들에게 추천>

    - Gl 판이 작다고 생각되어 아쉬운 분들

    - 여성작가의 여성 서사가 보고 싶으신 분들

    -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를 재미있게 보신 분들

     

     여성 서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은 여성주의와 관련된 이야기도 다룬다. 그래서 더 먹먹하다. <쇼코의 미소>도 많이 울게 했던 책이다. <내게 무해한 사람>은 책을 놓지 못하고 눈에 눈물이 가득 찬 채로도 계속 읽어 내렸던 책이다. 그런데 사실 <쇼코의 미소>는 이야기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히 재미있게 집중해서 읽었는데 말이다. <내게 무해한 사람>은 그들의 이야기가 계속 기억에 남는다. 머릿속에서 다시 처음부터 이야기를 상상하고 읽었던 문장을 다시 읽게 만든다. <쇼코의 미소>는 너무 슬펐다면 <내게 무해한 사람>은 눈물 나게 좋은 이야기이다.

     놀라운 점은 <내게 무해한 사람>에 모인 단편소설이 다 다른 책에서 쓰인 단편소설을 모은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결이 잘 맞다니. 이 단편소설들은 이 책으로 같이 있는 게 가장 좋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1. 그 여름

     이 책 중 제일 좋아하는 소설. 영상화, 드라마화, 영화화 하고 싶은 소설이다. 수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좋다. 수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수이의 입장에서 계속 생각하게 된다.

     

    "내가 어떤 인간이었나 자문했지만 과거의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조차 제대로 기억할 수 없었다."

     책의 내용과 비슷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많이 공감되었던 문장. 다들 이런 적 있지 않나? 모두가 같은 경험을 하지는 않았겠지만 책의 상황과 같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런 생각해본 적 있는데 하면서 같이 슬퍼한 문장이다. 사실 거의 모든 문장이 좋아서 무언가를 쓰기가 애매하다.

     게다가 등장인물 이름이 들어가는 문장이 너무 많다. 등장인물 이름을 빼놓으면 가장 좋아하는 문장은 "어떤 생각이 ~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제 그곳에 ~와 다시 올 순 없을 거라는 예감이었다."이다. 그리고 다리에 가는 장면들이랑 스쿠터가 좋았다.

     

    2. 601, 602

     가장 슬펐던 소설. 소설 속 이야기는 강렬한 감이 있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이야기이다. 여성이라면 비슷한 경험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마지막 부분이 너무 슬프다.

     

     "결국 엄마가 속한 세계는 그런 곳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며 웃던 친척들의 웃음을 나는 곱씹어 보았다."

     이 문장의 앞 부분과는 다른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 문장을 읽고 생각나는 명절의 모습이 있었다. 대가 끊길까 봐 걱정했다고 말하면서 웃는 친척의 모습. 필자는 마음속으로 그러면 '제사 남자 너네들끼리 해'라고 생각했다.

     

    3. 지나가는 밤

     초반에는 등장인물 둘이 사귀었다가 헤어진 줄 알고 읽었다. 개인적으로 주희가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린 사람은 윤희라고 생각한다. 머릿속으로는 실제 사람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 모습 영상으로 직접 보고 싶다. 내가 컷까지 다 나눴는데. 다른 소설도 그렇지만 ~까로 끝나는 문장들 다 좋다. 그리고 실제로 있을 법하지 않나. 인물들의 행동이나 그들이 느낀 것들이 `막 공감된다.

    "그곳에서 둘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4. 모래로 지은 집

     가장 좋았던 문장이 많은 소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처음에 가명으로 등장한다. 이때 인물들의 진짜 이름이 나오는 구간을 잘 생각하면서 읽어야 한다. 진짜 이름이 나오는 부분이 좋았다. 이 소설은 긴데 도저히 끊어 읽을 수 없었다. 편지가 정말 좋고 정말 슬프다. 인문들 중 선미가 많이 공감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앞에 소설들과 비슷한 문장들이 좀 있다. ~까로 끝나는 문장들이.

     

    "그 문장은 며칠이고 내 안에서 구르면서 마음에 상처를 냈다. 나는 늘 이해하려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런데 여전히 참고 있어"

     

    "다툼의 맥락을 둘만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아서였다."

     이 부분이 <체스의 모든 것>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가장 좋아하는 소설인데 거기서는 화자가 주인공이 아닌 듯 밀려져 있다. 그들을 지켜보고 이야기의 맥락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그 소설도 그렇고 여기서도 그렇고 화자에 감정이입해서 읽으면서 더 슬퍼하고 있다. 그런데 <내게 무해한 사람>은 이 화자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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