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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월 독서 일기 1 <보건교사 안은영>,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사하맨션>
    독서 일기 2023. 12. 13. 23:03

     

    보건교사 안은영

    12/5

    4. 원어민 교사 메켄지

    안은영씨 노브라 이야기 듣고 흥분해서 하는 말들 너무 웃기네. "인생을 살며 한 가지 운동에만 투신하라고 한다면 노 브라 운동일 것"이라니..ㅋㅋㅋㅋㅋ

    "은영은 쉽게 다른 사람을 싫어하지 않는다.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어서는 아니고 싫어하는 데에도 에너지가 들기 때문에 그럴 여력이 없어서다."

    안은영의 캐릭터 너무 웃기다. 마음에 든다.

    "입 안에서는 이렇게 달고 완벽한데 막상 어제 혼자 방에서 말해볼 때는 너무나 우스꽝스러운 목소리와 발음으로 나왔다."

    "학교는 언제나 끔찍했다."

    "고등학교에 와서도 표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표적이 되고도 아무렇지 않게 빠져나오는 아이들이 더러 있던데 유정은 아니었다."

    "안쪽이 고장 나고 있다는 걸 알긴 알았지만 그저 혼자 있고 싶었다."

    학교는 언제나 끔찍하다. 유정이의 이야기가 내 안쪽의 무언가를 자극했다. 반 안에서 어떻게든, 친구를 만들어야 하는 그 상황이 너무 폭력적이다. 선생님은 못 본 척하고 아이들은 대놓고 괴롭힌다.

    괴롭힘 당하는 아이들은 학교가 가기 싫으니, 지각을 하거나 잘 가지 않는다. 그럴수록 아이들에게 더 미움 받고 같이 어울리긴 어렵다. 성격은 더 소심해져서 관계를 맺기 어려워진다. 어제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봤는데 후반부쯤에 병희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 아이는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데, 나중에 경계선 지능장애라는 판정을 받게 된다. 병희는 파일럿이 되고 싶지만 공부를 해도 항공대를 갈 성적이 나오지 못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항공대를 가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선생님과 다른 학생들은 답답해 한다. 병희가 학교생활을 얼마나 어려워할지 알 것 같았다. 문제는 그런 아이를 답답해하는 같은 반 학생들의 마음도 알 것 같았다. 학교란 곳은 내가 피해자였다가도 금방 가해자가 되는 곳이었다. 드라마에서 병희같은 캐릭터를 다뤄줘서 너무 좋았다. 드라마에 나오는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는 폭력을 당하거나 빵셔틀같은 캐릭터로 나온다. 하지만 현실에서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는 병희와 많이 닮았다. 그래서 좋았다. 병희도 <보건교사 안은영>의 유정도 현실에 존재하는 수많은 아이였다.

     


    은영이 참치를 거절하다니.. 너무 웃기네.

    "무리에 들어가지 못하는 동물은 항상 일정 비율로 태어나는 것 같다."

     

    공감되는 말이다.

    은영은 혜현과 함께 타로 점을 보러가다가 운명의 상대를 만났다는 말은 한다. 아마 홍인표일 것이다. 그런데 강력한 라이벌이 있단다. 아마 메켄지일 것이다. 진짜 이번 에피 왜이렇게 웃기지?ㅋㅋㅋㅋ

    "조금만 마시면 기분이 좋을텐데 꼭 그 조금을 지나쳐서 실수를 하고 하지 않아야 할 말을 하고 다음 날 껄끄러워진다."

     

    "왜 인류는 더 우아하지 못할까. 교양 있게 자제하지 못할까. 내가 이렇게 맛있는 참치를 사 주는데 왜!"


    도대체 왜 그럴까? 왜? 나도 정말 궁금하다. 인간들은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면 자꾸 서로의 안 좋은 면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적당히 놀고 집에 빨리 돌아가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메켄지가 인표의 바지 벨트를 잡는건 벗길려 원작도 그대로구나 드라마에서도 너무 웃겼는데.

    "설령 태반이 까먹고 일부만이 기억한다 하더라도 그중 한 사람이 언젠가 누군가를 구하게 될지도 몰랐다. 그런 멀고 희미한 가능성을 헤아리는 일을 좋아했다. 멀미를 할 때 먼 곳을 바라보면 나아지는 것과 비슷한 셈이었다."

    "은영은 다른 종류의 보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다가, 어느새부터인가는 보상을 바라는 마음도 버렸다.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해서 자신의 친절함을 버리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은영의 일은 은영이 세상에게 보이는 친절에 가까웠다."

    다른 히어로물과 다른 <보건교사 안은영>만의 재미가 바로 이것이다. 안은영은 히어로이지만 다른 히어로와 다르다. 명예와 부도 없고, 대단한 사명감도 없다. 오히려 이런 일을 해야 되는 것을 싫어하고, 피곤해 한다. <엑시트>의 영웅들과 비슷하다. 그저 어린 아이들을 외면하지 못하는, 친절함 정도이다. 평범하고 나와 닮은 히어로라서 더 재미있고 공감이 되는 캐릭터이다.

    "유정은 흉터에 대해서만은 전문가였다."

    유정은 아토피가 많으니까 흉터에 대해서만은 전문가이다.

    "들킬 걸 알면서도 숨기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뭔가 회로가 잘못 설정되어 있는 것이겠지만 특별히 고치고 싶지도 않았다."

    "훙터에 대해서만큼은 전문가니까 알 수 있었다."

    유정은 몸에 남는 흉터만이 아니라 마음의 상처도 많기 때문에 흉터에 대해서만큼은 전문가이다.

    메켄지가 자꾸 바지 벗길려고 해서 인표가 자기 보호막이 그런 데에 있을까봐 놀라는 것도 진짜 개웃기네..

    "어떤 나이에는 정말로 사랑과 보호가 필요한데 모두가 그걸 얻지는 못한다."

    그걸 얻지 못한 아이들도 누군가가 안은영처럼 좋은 기운을 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러한 기운들을 받고 살아내면 좋겠다.

     

    5. 오리 선생 한아름

    "아마 불편해서 학생들이 말을 잘 듣는지도 모른다. 불편한 매력이라니 그건 어떻게 얻을 수 있는 것일까."

    "그래도 아름은 웃으면서 그쪽으로 갔다. 불편한 사람이 되겠다는 각오는 잘 지켜지지 않았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12/8

    "그리고 그가 걸었을 판돈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감당할 수 없는 걸 걸어 버린 기분이었다."

     


    사하맨션

    12/13

    "사하맨션 사람들은 오염된 물처럼 아무렇게나 끈끈하게 흘러 다니는 이아가 안쓰러웠지만 모른 척했다."

    이아의 엄마가 이아가 독특한 행동을 해도 그냥 모르는 척해달라고 부탁했다. 때문에 사하맨션 사람들은 이아를 모른 척했다. 그것이 "배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배려는 곧 무관심이 되었다."

    "사각형으로 둘러진 맨션 건물이 텔레비전 화면처럼 느껴졌다. 7층에서 내려다본 사람들은 머리가 크고 몸통이 짧아 우스꽝스러웠다. 출연자들이 바쁘게 화면에 등장했다 사라지고 또 등장했다 사라지는 무성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진경이 자신을 증명하듯 담배를 빨아들여 불빛을 만들자 우미는 고개를 푹 떨구었다가 다시 물었다."

    어둠 속에서 우미는 진경이 이아인가 싶어 말을 걸었다. 그러자 진경이 자신임을 보여주려고 한 행동이다. 저 장면을 영상으로 본다면 좋을 것 같다.

    이아는 도대체 어떤 아이인 거지? 진경이 알고 있던 그 성가를 왜 불렀을까? 진경이 부른 적은 없을 것 같은데.

    "끔찍했던 삶에서 자라난 기억의 뿌리 하나가 아직도 신경에 박혀 있다. 죽음힘을 다해 도망치고 보니 달아나려 했던 이의 손을 꼭 잡고 있다. 손을 쥐어 준 것도 아닌데 진경은 이아가 원망스러웠다."

     

    "영감은 자잘한 물방울들이 뿌옇게 맺힌 관리실 창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떠밀리듯 모인 물방울들이 서로를 끌어안으며 가느다란 물줄기가 되어 눈물처럼 흘러내렸다. 창 너머의 이아는 오래된 영화의 회상 장면처럼 아른거렸다. 일상은 영화와 달라서 언제나 어울리지 않는 배경음악이 엇박자로 깔리기 마련이다. 이아의 귀에 들려올 소리들이 짐작되어 진경은 명치게가 아팠다."


    "아무리 운이 좋아도 사하가 타운 주민이 될 수는 없다. 그저 운 좋은 사하일 뿐이다. 그 일은 사하인 이아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진경은 이아 엄마가 너무 이상했고 이런 이상한 일이 대놓고 일어나는데도 오히려 소문이 잠잠해진 것이 더 이상했다."

    우미의 말이 맞다. 그날의 이아 엄마는 어딘가 이상했다. 아이를 찾아 다니던 엄마가 그렇게 굽이 높은 신발을 신고 있다니. 그것도 발목에 리본을 꼼꼼히 묶어야 하는 샌들을. 아이가 없어진 것을 알고도 굳이 불편한 신발을 신고 나와 아이를 찾는다는게 조금 이상하다. 하지만 엄마가 그냥 외출할 때 신은 신발을 벗지 않고 그대로 다시 집을 뛰쳐나온거라면?

    "진경의 머릿속에 그 밤의 장면이 그려졌다."


    "우미의 목소리가 그 밤에 머물러 있는 진경을 현재로 데려왔다. 진경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 진짜.. 드라마로 보고 싶다. 어떻게 소설을 이렇게 머릿속에 그려지게 썼지? 그것도 하나하나 장면 전환이 되게 말이다. 진경이 상상하는 장면들이 내 머릿속에도 자꾸 그려진다.

    "참 이상하지? 그렇게 뒷말들이 많더니 지금은 아무도 말을 못해. 왜 우리는 비밀이 있는 사람을 두려워하게 됐을까?"

    나는 이아 엄마를 의심하고 싶지 않았다. 여기는 다 힘든 사람들이니까. 진경의 말처럼 의심, "합리적인 의문들마저 폭력"이니까.

    316호의 여자는 어디로 갔을까? 이아는 또 어디로 갔을까. 이아의 이야기가 나올 때는 너무 신비롭다. 왜 진경과 이아의 엄마에게 이아의 노래소리가 들릴까?

     



    다시 앞부분을 읽다보니 좋았던 문장들이 있다.

    "봤지. 타운 주민들에게는 두렵기만 할 이곳에 아무렇지 않게 들어오는 여자. 너에게 자꾸만 달려오는 여자. 너의 작은 그림자를 보려고 끝까지 기다리는 여자. 너에게 슬픈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만드는 여자."

    "진경은 앞마당을 가로질러 달려오던 그림자를 떠올렸다."

    "그때도 그 여자를 생각했었다."

    진경이 묘사하던 수의 모습들이 참 재미있다. 도대체 수는 왜 죽었을까? 도경이는 어디로 갔을까?

    "우리는 누굴까. 본국 사람도 아니고 타운 사람도 아닌 우리는 누굴까.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성실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면 뭐가 달라지지? 누가 알지? 누가. 나를. 용서해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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