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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부탁 / 임수정 / 가족 / 한국영화 / 스포 있음
    영화 후기 2019. 7. 21. 18:31

     

    같은 영화인데 포스터가 왜 이렇게 다른지. 글쎄, 영화랑 어울리는 포스터는 없는 듯하다.

     의외로 재밌었다. 얼굴 보면 알만한 배우들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데 왜 존재조차 몰랐지 싶은 영화이다. 내용도 괜찮다. 호흡이 길고 잔잔해서 지루할 수는 있겠다. 나름 웃음을 담당해야 하는 캐릭터들이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다. 그냥 영화의 상황들이 재미있었다. 효진과 자주 만나는 동네 남자는 부잣집에 입양되는 것이 부럽다고 말한다. 효진은 지금 자신이 낳지 않은 종욱이와 살고 있는데 말이다. 종욱이는 자신의 낳아준 엄마와 같이 살지 못한다. 효진의 동료 미란은 만삭인데 곧 애를 낳는다. 종욱이의 친구, 주미는 임신을 해버리고 입양을 보내려고 한다. 효진은 엄마와 자꾸 부딪힌다. 이런 상황들이 서로 맞물리는 것이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엄마라는 것에 집착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이 영화를 보고 엄마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것 같은데 모성애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보다는 다양한 가족 형식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이다. 효진이는 남편이 죽은 후 남편의 아들인 종욱이와 살게 된다. 초반에는 그런 효진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종욱이는 꽤 늦게 등장한다. 영화의 호흡이 긴 편이다. 대사도 느리게 하고 한 화면도 오래 보여준다. 미란의 말대로 지금 종욱이를 키울만한 게 효진 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장 안 키울 사람도 효진이다. (이와 비슷한 대사를 뒤에 효진이가 하게 된다. ) 효진과 종욱이는 영화가 끝나갈수록 점점 대화를 많이 하기 시작한다. 이런 변화가 매우 느리지만 서로 싸우기도 하고 걱정도 하곤 한다. 서로 남인 것처럼 굴지만 서로 화도 내고 걱정도 한다.

     

     영화는 뒤로 갈수록 종욱이와 주미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둘의 관계가 재미있었다.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친구로 등장하는데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싶었다. 주미는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해버린다. 종욱이는 자신은 낳아준 엄마와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주미가 아이를 입양 보내려는 것을 싫어한다. 이런 상황이 종욱이의 상황과 비슷한 면이 있다는 게 영화를 잘 구성하였다. 주미에게 화를 내다가 주미가 울자 바로 사과한다. 이때 영화나 종욱이가 주미를 탓할까 봐 걱정했다. 한국영화니까 결국 입양 보내지 말자는 미친 모성애 영화일까 봐 걱정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연히 아니다. 종욱이도 주미를 탓하지 않고 본인이 애아빠도 아닌데 효진에게 자신이 아빠라고 속이면서까지 같이 키우려고 한다. 본인이 아빠 역할을 하겠다는 거다. 절대로 둘이 연애하지는 않는다. 정말 판타지스러운 인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귀엽고 착하다고 생각했다. 저렇게 순수하게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할 남자아이가 있을까. 주미의 입장이 너무 공감되었고 이러한 상황에서도 웃으며 지내는 주미가 대단했다. 효진은 종욱이에게 말한다. 지금 이 상황에서 아이를 키울만한 사람은 너네지만 가장 안 키울 사람도 너네라고 말한다. 상황이 그렇다. 어린 나이에 둘이 아이를 키우는 것은 주미의 말처럼 아이한테 더 불행하다.

     

     새로운 가족의 형식이 다양하게 등장하는 영화이다. 게다가 러브라인이 주가 되는 영화도 아니다. 아빠나 종욱이 빼고 남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효진에게 종욱이는 죽은 남편의 아들이다. 둘은 같이 산다. 이 불안정해 보이는 가족관계가 잘못되지 않았다고 영화는 말한다. 남자와 여자가 결혼하고 꼭 둘 사이의 아이를 길러야 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효진은 결국 어떤 남자와 연애하고 결혼하고 그러지 않는다. 주미는 아이를 입양 보낸다. 종욱이는 효진을 엄마랑 부르지는 않지만 둘은 나름 잘 지낸다. 영화가 결말부에 종욱이와 같이 살았던 엄마와의 대화를 넣은 게 신기했다. 구성 방식이 특이하다. 종욱이를 낳아준 엄마는 아니지만 종욱이가 어릴 때 엄마라고 부르며 살았던 인물이다. 엄청난 대사가 있지는 않지만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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